Exhib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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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TEAM PROJECT 2025
새로운 막, 뤼시스 (New Act: Lysis)

2026.01.09. FRI ~
2026.02.07. SAT

달팽이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가설은 《새로운 막, 뤼시스(New Act: Lysis)》의 논의를 연다. 관계에 대한 서술이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와 구조로 전환되는 오늘, 감각과 인지의 차이를 경로 삼아, 우정의 가능성을 질문한다.

이 물음을 따라 호출된 존재는, 책을 읽는 우리의 움직임과 감각이, 페이지 위를 더듬는 달팽이의 행위와 겹쳐 보인다는 상상에서 비롯된다. 글자 사이를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경로, 점액질의 흔적, 그리고 종이를 갉아 먹은 자국은 페이지 위를 이동하는 우리의 수행과 나란히 놓이며, ‘읽는 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우화적 상상은 ―애초에 책을 읽는다는 설정은 인간의 감각과 인지에 의해 구성된 기준을 전제하기에― 간극을 드러낸다.

팀 프로젝트는 이 가설을 사유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페이지 위에서, 인간의 읽기와 달팽이의 이동이 교차했던 장면을 통해, 접속이 성립하는 조건을 점검한다. 달리 말해, ‘같은 자리’로 보이는 장면이 어떤 감각을 즉시 호출하고, 어떤 감각을 곧바로 배제하는지 그 선별의 작동을 드러내는 것이다.

어떤 것은 너무 느리거나 지나치게 미세해서, 또 어떤 것은 기준에 포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세계의 바깥으로 흐른다.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지 끝내 분명하지 않은 망각의 역사. 그리고 모든 판단이 가속화되고 빠르게 복사되고, 재현되는 오늘, 세계를 환원하고 규정하는 충동은 공존의 반경을 점점 더 좁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