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

PERIGEE ARTIST #30 박선민
메아리와 서리의 도서관

2023.03.10. FRI ~
2023.04.29. SAT

<현재의 과거가 미래가 되는 일>
신승오 (페리지갤러리 디렉터)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에 유리잔에 담긴 따뜻한 커피를 건네받는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 특유의 커피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잔은 투명해 고스란히 커피와 크레마를 보면서, 잔과 마주 닿은 손에 그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 곧 사라질 크레마, 커피 향과 따뜻함은 이 순간 가장 크게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커피는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잠잠하던 나의 감각 기관에게 이제 다른 것을 느낄 준비를 하라는 환기의 역할을 부여받은 듯 이 상황에 충실하다. 그대로 들고 들어갈까 아니면 한 모금을 마셔 볼까 고민하면서 전시장에 발을 옮긴다.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커다란 책상인데, 그 위에는 얼음덩어리가 여러 형태로 놓여있다. 손으로 만져 보지 않았지만, 머릿속에 각인된 채 인식하는 시각적 차가움과 내 손에 들려 있는 몸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커피잔의 대비에 기분이 묘하다. ‘어떤 것이 더 실제적인가?’ 생각하다 이내 나의 눈은 얼음의 차가운 감각에서 벗어나 그 형태가 가진 표면과 윤곽을 따라 시선을 옮기고 있다. 얼음덩어리가 자연스럽게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 반질반질하고 울퉁불퉁한 표면과 뒤틀린 형태를 만져보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다. 이러한 욕망과 더불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책상 밑에는 냉각 장치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자 어떤 기계음이 간헐적으로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역시 기계장치가 밑에 있다는....

The past of the present becomes the future
Seung Oh Shin (Director of Perigee Gallery)

A cup of warm coffee is passed to me before stepping into the exhibit room. The aroma unique to coffee delights my nose. As the cup is transparent, the coffee and cream are visible, and it warms my hand. The cream, aroma, and warmth of the coffee that will soon disappear reveal their biggest presence in this moment. As if coffee is imposed with the role of reminding my sensory organs of feeling different things, it is quite faithful to this situation. I step into the venue, thinking about whether to take a sip of coffee or enter with it. The view unfolding before my eyes is a huge desk on which lumps of ice in different forms are placed. Although I didn’t touch it with my hands, it seems strange the way its visual coldness contrasts with the warmth of the coffee cup I hold in my hands. I think, “What’s more real?” My eyes follow the surface and outline of a lump of ice, immediately departing from the sensation of its coldness. I have a desire to touch its shiny and twisted form shaped when this ice naturally repeats b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