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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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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스피릿] 큐레이터와 시각예술가 2인전 ‘트랙터’
2020-12-14
페리지갤러리, 페리지 팀프로젝트 12월 11일~2월 6일 전시
최태훈, 명령↔자동반사, 120x160x110cm, 마네킹에 의복, 등받이 의자, 2020. [사진제공=페리지갤러리]
큐레이터와 시각예술가가 만나 2인전 《트랙터》전을 연다. 두 사람은 윤민화 큐레이터와 최태훈 시각예술가이다. 페리지갤러리의 페리지 팀프로젝트로 만난 두 사람은 지난 일 년 동안 하나의 주제를 함께 설정한 뒤, 윤민화는 텍스트로 최태훈은 조각으로 주제에 접근하였다. 전시를 위해 공통된 주제를 짚어내는 과정에서부터 기획은 시작되었다. 주제는 두 참여자 각자가 지난날 지속해온 창작의 맥락을 잇는 동시에 교차하는 지점을 발견하고, 여기에 이론적, 조형적, 시의적 타당성을 더하는 과정을 통해 정해질 수 있었다.
페리지갤러리(서울 서초구 반포대로)는, 이 두 사람이 꾸미는 전시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0 《트랙터》전을 12월 11일부터 2021년 2월 6일까지 개최한다. 이 전시에서 윤민화와 최태훈의 관계는 강과 다리와도 같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두 직선이지만, 직접 만나는 일은 없으며 필연적으로 상대의 존재가 자신의 특성의 준거가 된다.
최태훈, 관성↔저항_ 115x250x50cm, 마네킹에 의복, 접이식 의자, 2020. [사진제공=페리지갤러리]
윤민화와 최태훈은 사물과 사람 사이에 새로운 힘과 방향을 끌어내는 트랙터(tractor, 견인차)를 상상해본다. 이 보이지 않는 힘과 방향은 인간에 의해 사물이 예속되지 않는 상태를 가정하며, 인간의 몸 역시 사물의 기능에 종속되지 않는 상황을 창안한다.
지난날 산업 디자인은 인체의 척도와 비례, 표준적 치수, 인체 공학에 근거한 접근을 통해 발전해 왔다. 사물의 모양과 크기는 인체에 근거하여 규격화되었지만, 역으로 인체와 생활 방식 또한 사물의 기능에 맞춰 견인되고 있다. 기능과 효율성을 목적으로 디자인된 사물은 사람의 인체 치수와 비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기성품을 수동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몸 또한 사물의 디자인에 의해 고정된 것이다. 인체는 사물의 디자인에 표준을 더했고, 그렇게 규격화된 사물은 몸을 특정하게 고착시킨다.
최태훈, 고정↔이동, 235x55x60cm, 마네킹에 의복, 스탠딩 의자, 2020.[사진제공=페리지갤러리]
두 참여자는 전시에서 사물과 사람 사이의 또 다른 힘과 방향을 상상해본다. 이를 위해 사물을 기성품이라는 생산성에서부터 떼어 놓고, 사람을 사용자의 신분으로부터 해방한다.
윤민화와 최태훈은 사물의 범주를 대변하는 대상으로 의자를 설정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의자를 낯설게 느낀 사람들을 상정했다. 이들은 사물로부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불편함과는 다르게, 말로는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든 어떤 감각을 호소한다. 원인 또한 뚜렷하게 제공되지 않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어딘가 나와 맞지 않는 느낌’을 감지한 이들이 의자를 본래의 기능에서 탈각시키고 본인의 신체와 결속한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여섯 개의 몸은 의자라는 사물과 결합하기 위해 오히려 유리되는, 붙어있어 보이지만 이격되는, 그리하여 소외되는 방식으로 의자와 연동하는 분열적인 상황을 드러낸다. 본래 의자는 사람이 중력에 의지해 골반과 다리를 접어 앉았을 때, 제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전시장에 펼쳐져 있는 얼굴 없는 6점의 인체 조각과 6개의 의자 사이에는 다른 장력이 작용한다. 제목이 시사하는 견인기로서의 ‘트랙터’의 조건이 개입되며, 마치 중력과는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 힘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것은 마치 알레르기나 틱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반응하는 운동성에 가깝다. 결국, 힘과 사물과 사람의 기묘한 상응은 ‘사물’의 근원적 기능에 대한 성찰과 ‘몸’에 대한 낯선 감각을 동시에 촉발한다.
최태훈, 정의↔번역, 190x125x45cm, 마네킹에 의복, 스툴, 2020(상세이미지). [사진제공=페리지갤러리]
‘트랙터’라는 상상 속의 기계를 이러한 복합적인 층위들을 창출하는 견인 장치로 삼아, 윤민화는 인간을 본래 서 있던 중심 자리에서부터 미끄러뜨릴 때 사물에게서 일어나는 미적 효과와 능력에 관한 텍스트 작업을, 최태훈은 사용자라는 역할을 버리고 사물과 이상한 방식으로 결합하여 오히려 그것과 유리되는 여섯 개의 사물-몸을 조각으로 제작한다.
인체에 포즈를 부여하고, 의자와 인체 사이에 동세를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은 전시장에 뿌려진 스프레이에서 우회적으로 가시화된다. 힘이라는 물리학의 차원과 사물과 몸이 형성하는 조형성의 차원, 그리고 그것으로 촉발되는 감각의 차원은 마지막으로 공중에 뿌려진 스프레이로 눈앞에 현현된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힘이란, 이 세계 너머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도 우리가 속한 세계 안의 일이라는 것, 속하지만 동시에 편입되지는 않는 어떤 암점과도 같음을 시사한다.
페리지 팀프로젝트2020 《트랙터》 전시 장면. [사진제공=페리지갤러리]
이번 전시에 참여한 윤민화는 대학에서 불문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예술학 석사과정에서 논문 「인류세에 대한 비판적 고찰크리티컬 아트 앙상블 작품을 중심으로」를 썼다. 《다시-쓰기 Translate into Mother Tongue》(두산갤러리 서울/뉴욕, 2013)을 공동 기획하였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케이크갤러리를 운영하며 김영은, 박아람, 이호인, 차미혜, 이수경, 이수진, 조현아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글을 썼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에 재직하며 《W 쇼ㅡ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SeMA 창고, 서울, 2017-2018)를 공동기획하였고,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2018-좋은 삶》(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서울, 2018)의 큐레이터로 일했다. 2019 년 난지창작스튜디오에 연구자로 입주하여 《귀높이-소리와 미술관》(난지창작스튜디오 전시실, 서울, 2019)을 공동기획했다.
2020년 현재 독립큐레이터로서 《어스바운드》(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0)과 《파노라마 오브젝트》(d/p, 서울, 2020)를 기획했다.
최태훈은 기성품이 조각이 되는 여러 가능성들을 탐구한다. 제품의 기능 혹은 디자인이 품고 있는 당대의 사회적 함의와 미술사에서의 사물의 맥락을 뒤섞거나 양자 모두를 우회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다. DIY 오브제의 유닛들을 조형적으로 해석하고,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조각으로서의 DIY 해킹을 통해 세 번의 개인전 - 《자소상》(탈영역 우정국, 서울, 2020), 《남한 앙상블》(세마 창고, 서울, 2019), 《형태는 형태를 따른다》(스튜디오148, 서울, 2018)-을 열었다.
정유철 기자 2020.12.11
(기사원문 http://www.ikoreanspirit.com)
최태훈, 명령↔자동반사, 120x160x110cm, 마네킹에 의복, 등받이 의자, 2020. [사진제공=페리지갤러리]
큐레이터와 시각예술가가 만나 2인전 《트랙터》전을 연다. 두 사람은 윤민화 큐레이터와 최태훈 시각예술가이다. 페리지갤러리의 페리지 팀프로젝트로 만난 두 사람은 지난 일 년 동안 하나의 주제를 함께 설정한 뒤, 윤민화는 텍스트로 최태훈은 조각으로 주제에 접근하였다. 전시를 위해 공통된 주제를 짚어내는 과정에서부터 기획은 시작되었다. 주제는 두 참여자 각자가 지난날 지속해온 창작의 맥락을 잇는 동시에 교차하는 지점을 발견하고, 여기에 이론적, 조형적, 시의적 타당성을 더하는 과정을 통해 정해질 수 있었다.
페리지갤러리(서울 서초구 반포대로)는, 이 두 사람이 꾸미는 전시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0 《트랙터》전을 12월 11일부터 2021년 2월 6일까지 개최한다. 이 전시에서 윤민화와 최태훈의 관계는 강과 다리와도 같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두 직선이지만, 직접 만나는 일은 없으며 필연적으로 상대의 존재가 자신의 특성의 준거가 된다.
최태훈, 관성↔저항_ 115x250x50cm, 마네킹에 의복, 접이식 의자, 2020. [사진제공=페리지갤러리]
윤민화와 최태훈은 사물과 사람 사이에 새로운 힘과 방향을 끌어내는 트랙터(tractor, 견인차)를 상상해본다. 이 보이지 않는 힘과 방향은 인간에 의해 사물이 예속되지 않는 상태를 가정하며, 인간의 몸 역시 사물의 기능에 종속되지 않는 상황을 창안한다.
지난날 산업 디자인은 인체의 척도와 비례, 표준적 치수, 인체 공학에 근거한 접근을 통해 발전해 왔다. 사물의 모양과 크기는 인체에 근거하여 규격화되었지만, 역으로 인체와 생활 방식 또한 사물의 기능에 맞춰 견인되고 있다. 기능과 효율성을 목적으로 디자인된 사물은 사람의 인체 치수와 비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기성품을 수동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몸 또한 사물의 디자인에 의해 고정된 것이다. 인체는 사물의 디자인에 표준을 더했고, 그렇게 규격화된 사물은 몸을 특정하게 고착시킨다.
최태훈, 고정↔이동, 235x55x60cm, 마네킹에 의복, 스탠딩 의자, 2020.[사진제공=페리지갤러리]
두 참여자는 전시에서 사물과 사람 사이의 또 다른 힘과 방향을 상상해본다. 이를 위해 사물을 기성품이라는 생산성에서부터 떼어 놓고, 사람을 사용자의 신분으로부터 해방한다.
윤민화와 최태훈은 사물의 범주를 대변하는 대상으로 의자를 설정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의자를 낯설게 느낀 사람들을 상정했다. 이들은 사물로부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불편함과는 다르게, 말로는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든 어떤 감각을 호소한다. 원인 또한 뚜렷하게 제공되지 않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어딘가 나와 맞지 않는 느낌’을 감지한 이들이 의자를 본래의 기능에서 탈각시키고 본인의 신체와 결속한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여섯 개의 몸은 의자라는 사물과 결합하기 위해 오히려 유리되는, 붙어있어 보이지만 이격되는, 그리하여 소외되는 방식으로 의자와 연동하는 분열적인 상황을 드러낸다. 본래 의자는 사람이 중력에 의지해 골반과 다리를 접어 앉았을 때, 제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전시장에 펼쳐져 있는 얼굴 없는 6점의 인체 조각과 6개의 의자 사이에는 다른 장력이 작용한다. 제목이 시사하는 견인기로서의 ‘트랙터’의 조건이 개입되며, 마치 중력과는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 힘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것은 마치 알레르기나 틱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반응하는 운동성에 가깝다. 결국, 힘과 사물과 사람의 기묘한 상응은 ‘사물’의 근원적 기능에 대한 성찰과 ‘몸’에 대한 낯선 감각을 동시에 촉발한다.
최태훈, 정의↔번역, 190x125x45cm, 마네킹에 의복, 스툴, 2020(상세이미지). [사진제공=페리지갤러리]
‘트랙터’라는 상상 속의 기계를 이러한 복합적인 층위들을 창출하는 견인 장치로 삼아, 윤민화는 인간을 본래 서 있던 중심 자리에서부터 미끄러뜨릴 때 사물에게서 일어나는 미적 효과와 능력에 관한 텍스트 작업을, 최태훈은 사용자라는 역할을 버리고 사물과 이상한 방식으로 결합하여 오히려 그것과 유리되는 여섯 개의 사물-몸을 조각으로 제작한다.
인체에 포즈를 부여하고, 의자와 인체 사이에 동세를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은 전시장에 뿌려진 스프레이에서 우회적으로 가시화된다. 힘이라는 물리학의 차원과 사물과 몸이 형성하는 조형성의 차원, 그리고 그것으로 촉발되는 감각의 차원은 마지막으로 공중에 뿌려진 스프레이로 눈앞에 현현된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힘이란, 이 세계 너머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도 우리가 속한 세계 안의 일이라는 것, 속하지만 동시에 편입되지는 않는 어떤 암점과도 같음을 시사한다.
페리지 팀프로젝트2020 《트랙터》 전시 장면. [사진제공=페리지갤러리]
이번 전시에 참여한 윤민화는 대학에서 불문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예술학 석사과정에서 논문 「인류세에 대한 비판적 고찰크리티컬 아트 앙상블 작품을 중심으로」를 썼다. 《다시-쓰기 Translate into Mother Tongue》(두산갤러리 서울/뉴욕, 2013)을 공동 기획하였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케이크갤러리를 운영하며 김영은, 박아람, 이호인, 차미혜, 이수경, 이수진, 조현아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글을 썼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에 재직하며 《W 쇼ㅡ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SeMA 창고, 서울, 2017-2018)를 공동기획하였고,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2018-좋은 삶》(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서울, 2018)의 큐레이터로 일했다. 2019 년 난지창작스튜디오에 연구자로 입주하여 《귀높이-소리와 미술관》(난지창작스튜디오 전시실, 서울, 2019)을 공동기획했다.
2020년 현재 독립큐레이터로서 《어스바운드》(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0)과 《파노라마 오브젝트》(d/p, 서울, 2020)를 기획했다.
최태훈은 기성품이 조각이 되는 여러 가능성들을 탐구한다. 제품의 기능 혹은 디자인이 품고 있는 당대의 사회적 함의와 미술사에서의 사물의 맥락을 뒤섞거나 양자 모두를 우회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다. DIY 오브제의 유닛들을 조형적으로 해석하고,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조각으로서의 DIY 해킹을 통해 세 번의 개인전 - 《자소상》(탈영역 우정국, 서울, 2020), 《남한 앙상블》(세마 창고, 서울, 2019), 《형태는 형태를 따른다》(스튜디오148, 서울, 2018)-을 열었다.
정유철 기자 2020.12.11
(기사원문 http://www.ikoreanspir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