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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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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아트] 천년의 상상, 무릉도원이 바로 여기로구나
2021-03-24
장관이었다. 한 폭도 놀라운데 열 폭의 그림이 나란히 서서 전시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대형 병풍을 연상시키는 열 폭 그림 전체가 한 작품이라고 했다. 놀라웠다. <이른 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그림 곳곳에 숨어 있는 ‘봄의 전령’들이 전시장을 화사하게 물들였다. 봄내음이 코를 찔렀다. ‘똘똘한 한 점’이면 충분하다 싶었다.


전시장 전경    ㅣ페리지갤러리 제공전시장 전경 ㅣ페리지갤러리 제공


<이른 봄>은 작가 손동현(1980년生)이 곽희의 ‘조춘도’(早春圖)를 열 조각으로 나눈 다음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낸 산수화로, 1년 가까이 매달려 완성한 작품이다. 손 작가는 조춘도의 열혈 팬이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든 자연을 신비롭고 장엄한 풍경으로 그려낸 조춘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고 했다.


손동현 작가      ㅣ올댓아트 권재현손동현 작가 ㅣ올댓아트 권재현


조춘도는 북송(960~1127) 때의 화가 곽희가 비단에 다른 채색 없이 먹으로만 그린 걸작으로, 거의 모든 중국 미술사 개설서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그림이다. 곽희는 궁정기관인 화원에서 일하면서도 당시 화단의 주류였던 인물 중심의 종교화나 세속화를 그리지 않고 산수화에 천착했던 화가다. 산수화도 공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자기 내면의 감정을 충실히 담아 그렸다. ‘실경 산수’보다 ‘예술가의 영감’을 따른 셈이다. 변화무쌍한 우주의 원리를 함축한, 대자연의 역동적인 사계절 변화를 즐겨 그린 그의 작품에선 ‘도가적 이상향’의 모습도 엿보인다.

손동현은 곽희의 자유롭고 호방한 정신을 ‘열 폭 병풍’에 나눠 담았다.


이른 봄,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194×1300cm (10폭), 2020_2021     ㅣ페리지갤러리 제공이른 봄,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194×1300cm (10폭), 2020_2021 ㅣ페리지갤러리 제공


조춘도를 바탕으로 했지만 ‘전혀 다른’ 작품을 탄생시켰다. 작가는 전통적 재료와 현대적 소재, 혹은 만화와 같은 대중문화와 순수미술의 만남을 시도했다. 단순히 합치기보다 이들을 마구 뒤섞어 최대한 혼재된 풍경을 만들었다. 한 작품이라지만 10폭의 분위기가 모두 다르다.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뿜어낸다. 재료나 표현 기법 면에서도 여기저기서 봄의 ‘부산함’이 느껴진다.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을 사용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분무를 하거나 탁본으로 찍어내는가 하면 붓과 같은 익숙한 도구 이상의 무엇을 모색하는 식이다.


이른 봄,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194×1300cm (10폭), 2020_2021     ㅣ페리지갤러리 제공이른 봄,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194×1300cm (10폭), 2020_2021 ㅣ페리지갤러리 제공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고, 가상과 실제의 경계가 모호하고, 현실이 비현실로 전환되는 그 복잡하고 미묘한 지점들을 담아내는 데 가장 적합한 방식을 모색합니다.”
- 손동현 작가 -


작가는 <이른 봄>을 저 멀리 있는 아련한 풍경이 아니라 확대되고 밀착된, 동적인 흐름이 가득한 공간으로 그려냈다.


이른 봄,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194×1300cm (10폭), 2020_2021    ㅣ페리지갤러리 제공이른 봄,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194×1300cm (10폭), 2020_2021 ㅣ페리지갤러리 제공


그 옛날 북송의 곽희가 그랬던 것처럼, 눈에 보이는 장면에 얽매이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쳤다.


이른 봄,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194×1300cm (10폭), 2020_2021     ㅣ페리지갤러리 제공이른 봄,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194×1300cm (10폭), 2020_2021 ㅣ페리지갤러리 제공


지금까지 해온 회화 작업에서 체득한 모든 것을 다시 새로운 화면 안에 자유자재로 담았다. 작가 자신의 취향을 숨기지 않고 다 드러냈다. 욕망에 충실했다.


이른 봄,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194×1300cm (10폭), 2020_2021       ㅣ페리지갤러리 제공이른 봄,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194×1300cm (10폭), 2020_2021 ㅣ페리지갤러리 제공


여전히 안개 자욱하고 아침, 저녁 바람이 쌀쌀해 완연한 봄을 노래하기엔 이르지만 ‘조춘도’의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강렬한 생명의 싹이 움튼 것처럼 손동현의 <이른 봄>도 어느 틈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 손동현 개인전 <이른 봄>
2021년 3월 4일(목) ~ 2021년 5월 8일(토)
페리지갤러리(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18KH바텍 서울사옥 B1)
월~토 10:30 - 18:00(일요일, 공휴일 휴관)
*토요일 Break time 12:00 - 13:00
문의 : 070-4676-7091


자료 및 사진 ㅣ페리지갤러리, 올댓아트 권재현, 게티이미지 코리아


권재현 에디터 2021.03.22 (기사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