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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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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피릿] 고요손, 김상소, 정주원 3인전《세 개의 전날 저녁(Three Yesterday Nights)》
2023-08-10
[사진 김경아 기자]
페리지갤러리(서울 서초구 반포대로)는 8월 9일(수)부터 9월 11일(월)까지 35세 이하 젊은 작가에 주목하는 기획전 프로그램 'Perigee Unfold'의 2023년 전시로 고요손, 김상소, 정주원 작가의 3인전 《세 개의 전날 저녁(Three Yesterday Nights)》을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전시 《세 개의 전날 저녁》의 기획은 동시대 미술이 서사를 그려내는 방식에 주목하며 시작되었다. 과거의 미술 이론은 미술의 고유한 형식을 탐구하기 위해 내용이 되는 서사를 배제하는 식으로 둘 사이의 대립구도를 각인시켜 두었다. 최근 젊은 작가들의 작업에서 내용의 존재감은 꽤 크게 나타나는데, 많은 경우 픽션과 논픽션, 신화와 일상의 요소들을 뒤섞고, 작업 안에서 특유의 세계관을 구축해가곤 한다. 그러나 미술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일반적이고 친절한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소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도록 순서를 제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전달하는 미술의 방식은 무엇인가?
이 전시 또한 하나의 메시지를 상정해두기보다는 ‘쓰기로서의 읽기’라는 문제의식과 ‘이야기의 여러 갈림길’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고요손, 김상소, 정주원 세 사람의 작업을 함께 소개한다.
정주원 작가의 회화들 [사진 김경아 기자]
정주원, '설렁거스 훈', 2023, 캔버스에 아교 템페라, 60x60cm [사진 김경아 기자]
정주원, '날씨와 시간감각', 2023, 세라믹, 15x12x2.7cm [사진 김경아 기자]
정주원, 김상소 두 작가는 회화의 평면 위에서 서사적인 요소를 다룬다. 정주원의 작업은 주로 개인적인 서사에서 출발하지만, 그는 이야기를 ‘다 알려주지 않는’ 회화의 특성을 잘 인지하고 있기에 실제 서사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다양한 해석 가능성으로 열어둔다. 과거에 머물렀던 몽골이라는 장소는 일종의 환상적인 세계로 인식될 수 있지만, 다시 현실로 마주하면서 익숙함과 두려움이 교차된다. 계산적인 인간관계와 같은 예상치 못한 요인이 끼어드는 순간. 정주원은 바로 그러한 순간에서 파생된 단상들을 보여준다.
김상소, '헤라클레스 Hercules', 2023, 나무패널, 유화, 아크릴, 린넨, 목탄, 2x3m [사진 김경아 기자]
김상소는 소설을 회화와 전시의 문법으로 ‘번역’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그가 이번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은 앤 카슨의 소설 『빨강의 자서전』은 ‘다시 쓴’ 신화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에게 죽임 당한 빨강 괴물 게리온에 관한 에피소드는 두 차례 다시 쓰였으며, 비극의 서사를 지닌 주인공으로 전환된 게리온은 풍부한 이미지의 자서전을 보유하게 되었다. 김상소는 다시 쓰인 게리온과 헤라클레스의 다면적인 캐릭터성에 주목하여 그들의 면면을 분해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조합해 나간다.
고요손, 'Michel2: Ink and love backup 2-5', 2023, 커튼, 알루미늄, 송풍기, 조명, 가변크기 [사진 김경아 기자]
고요손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이었던 《미셸》(2021)에 대한 ‘다시 읽기'이자 '다시 쓰기’를 시도하여 일종의 속편이기도 한 신작을 선보인다. 그는 지금까지 조각을 바라보는 것 이외의 감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하고 풍성한 방식을 실험해왔고, 그 일환으로 조각이 주인공이 되는 극을 만들어왔다.
전시는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경아 기자 abzeus@nate.com
출처 : K스피릿(http://www.ikoreanspir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