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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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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어둠 속에서 찾은 희망과 절망의 '마지막 잎새'>
2015-12-30



이념의 무게_마지막 잎새, 2014, HD영상, 34분 13초 (1).
이념의 무게_마지막 잎새, 2014, HD영상, 34분 13초
(1).



페리지갤러리 개관…오는 30일부터 작가 김기라 개인전 열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엄마가 아버지를 많이 기다렸어요. 꼭 돌아오실 거라고 했어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꿈에서라도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했어.""우리 오빠 진짜 잘 늙었어. 어렸을 때 웃음 그대로야. 좋긴 한데 너무 가슴이 아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화면에서 이산가족의 대화가 흘러나온다. 몇십 년 만에 만난 남매는, 서로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부녀는 계속
울먹이며 대화를 이어 나간다.다양한 매체를 통해 현대 사회의 단면을 꼬집어 온 작가 김기라(40)는 지난 2월23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 당시 실제 이산가족들이 나눈 대화를 각색해 영화로 만들었다.

화면은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 진달래가 도입부에 등장한 이후로 줄곧 검은색이다. 각각의 챕터를 알리는 자막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컴컴한 어둠 속에서 이산가족이 나누는 구구절절한 대화를 듣다 보면 가슴이 묵직해지며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
보게 된다.김기라의 개인전 '마지막 잎새'가 오는 30일부터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린다.
26일 전시장에서 만난 김기라는 "보이지 않는 이념 앞에 있는 희망과 절망을 어떻게 볼 것인지 고민했다"며 "마지막 잎새는 해결되지 않은
희망과 절망"이라고 설명했다.작가는 작년 말 이산가족 상봉이 3년4개월 만에 재개된다는 소식을 듣고 통일부에 동행 취재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대신 남북공동취재단을
통해 대화록을 입수해 작품을 만들었다."보이지 않는 것을 본 것처럼 쓰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요. '이미지 과잉 시대'에 어떻게 하면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라디오 극장을 떠올렸죠."
어둠은 작가에게 "극한의 공포"이자 "밝음보다 깊고 상상할 게 많은 것"이기도 했다.작가는 "굳이 이미지를 넣고 가공해 편집하지 않아도 (대화 내용을) 있는 그대로 들려줬을 때 감동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실제 있었던 대화는 어둠에 대한 각자의 경험 등 여러 경험이 겹치며 "시간과 역사가 개인에게 가하는 무게"를 묵직하게 이끌어 낸다.또 다른 영상 작품 '북쪽으로 보내는 서한들_수취인 불명_황해'는 냉면이라는 아주 사소한 음식에서 시작된 평범한 한 통의 편지 내용을 통해
남북 관계에 대한 단상을 그려낸다.전시가 열리는 건물 입구의 유리창과 유리문에는 붉은색 필름을 덧댔다. 건물 밖을 지나가는 사람이 안을 들여다봐도, 안에 있는 사람이 밖을
내다봐도 온통 붉게 보인다.김기라는 "일종의 검열을 의미한다"며 "이념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붉은 필터-검열-이념의 무게_유리에 필름_설치_2014


붉은 필터-검열-이념의 무게_유리에
필름_설치_2014
쌍용차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과 대립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 영상을 통해 작가는 '실체가 없는 이념'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진정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전시장에 마치 영화 필름처럼 길게 배치된 드로잉 작품들은 '이념의 무게'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작가의 흔적을 오롯이 보여준다.페리지갤러리의 개관전이다. 페리지갤러리는 ㈜KH바텍이 운영하는 비영리 전시 공간으로, '문화 예술을 통한 사회 환원의 구현'이라는 취지에서
문을 열었다.김기라 작가의 전시에 이어 권오상과 홍경택 작가의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전시는 7월 5일까지. ☎ 070-4676-7034.









hanajj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5/26 16: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