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7
[국민일보] 설치작품·영화 등에 담은 이념의 무게
2015-12-30
‘마지막 잎새’.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페리지갤러리에서 7월 5일까지 열리는 김기라(40) 작가의 개인전 타이틀이다. 미국 소설가 오 헨리의 떨어질 듯 말 듯 가지에 붙어있는 ‘마지막 잎새’를 생각하고 전시장에 들어선다면 “이게 뭐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회화·영상·설치 등 출품작은 모두 ‘이념의 무게’를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 1층 로비는 유리창에 붉은색 필름을 붙여 건물 밖을 지나가는 사람이 안을 들여다봐도, 안에 있는 사람이 밖을 내다봐도 온통 붉게 보인다. 유리창 앞에 놓인 ‘ON/NO’(사진)라고 새겨진 설치작품은 일종의 검열을 상징하는 장치라고 한다.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은 실체는 없고 이념만 난무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하 1층 콘서트홀 무대에서는 지난 2월 23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 당시의 실제 대화를 각색해 만든 영화가 상영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화면에서 이산가족들의 눈물겨운 대화가 흘러나온다. 어둠 속 대화는 단절된 시간과 역사가 개인에게 가하는 무게가 얼마나 묵직하고 아픈지 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이념 앞에 있는 희망과 절망을 어떻게 볼 것인지 고민했다”며 “마지막 잎새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현실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페리지갤러리는 ㈜KH바텍이 운영하는 비영리 전시 공간으로 ‘문화 예술을 통한 사회 환원의 구현’이라는 취지에서 문을 열었다. 이번 개관전에 이어 권오상과 홍경택 작가의 전시를 열 예정이다(070-4676-703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