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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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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나무 조각' 송진화·'글씨 그림' 유승호 신작전
2015-12-17
'뇌출혈 natural', 182.2x227cm, pigment, ink on paper,2015
머리채를 뒤흔들어, 101.5x81.2cm, ink on paper, 2015
◆ 유승호 '머리채를 뒤흔들어' = 깨알 같은 '글씨 그림'으로 잘 알려진 유승호 작가(42)가 신작을 선보였다. 산수화 등 명화를 바탕으로 글씨로 새겨 그린 작품들이 꽤 알려져 있는 작가가 이번엔 전혀 다른 그림들을 소개했다. 4년 이상 고심한 끝에 화폭에 담아낸 새로운 변화다.
전시장엔 이전 작품과 신작이 함께 어우러졌다. 기존 작품에는 숭고하고 가치가 발하지 않는 단단한 산수화에 주기도문이 펜으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일찍 부친을 여읜 작가의 '뿌리 찾기'와 같은 심리가 이처럼 명화와 주기도문 등으로 발현된 것.
그런데 신작들은 좀 다르다. 해독할 수 없는 글씨가 마치 그림처럼 그려져 있는가 하면, 신윤복의 춘화를 차용하면서도 바탕에는 마치 아랍 글씨 같은 형상, 목욕탕 표시와 같은 현실적인 이미지가 올려져 있다. 고구려벽화에서 볼 수 있는 씨름하는 인물들과 불화에서 볼 수 있는 불상이 거꾸로 그려져 있다. 전통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화문과 구름 문양도 보인다. 한켠엔 작가의 아들이 스케치한 캐릭터나 용 그림을 확대해 뜯어내기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이나 먹물로 드로잉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신작들에선 이처럼 작가의 '새로움'을 향한 갈증과 해소를 느낄 수 있다. '뇌출혈 natural'과 같은 작품명에서처럼 선문답과도 같은 그의 작업에서 어떤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드는 태도도 엿볼 수 있다.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머리채를 뒤흔들 만큼' 어떤 것에 대해서도 생각과 마음을 모두 비운 상태로, 무의식에 집중해 이미지와 텍스트를 넘나들며 많은 것들을 뒤섞는 과정이 작품에 담겨있다. "뿅~ 이죠. 뽕이기도 하구요. 그러다 뻥이 되다가 뻥~하고 터지는 거지요!"(작가 노트 中)
이번 전시는 서울 서초동 페리지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 갤러리는 개관한지 1년 남짓 된 전시공간으로 KH바텍이 운영하는 비영리기관이다. 40대 작가들의 전시가 주를 이루며, 신작이나 미공개작이 전시 작품 수의 절반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오는 8월 8일까지. 070-4676-7032.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