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들은 무감각해지기 일쑤다. 익숙한 사람은 물론 익숙한 건물과 공간, 익숙한 물건 등은 그것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으며 내 주변을 맴돌고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리기 쉽다. 사진작가 KDK(본명 김도균)는 이런 것들을 찾아다닌다. 이를테면 건물사진을 정면이나 익숙한 대표이미지가 아닌 공간 자체 혹은 면과 면이 만나는 모서리 등을 보여줌으로써 현실의 공간을 비현실적으로 드러낸다.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서 집중하고 바라보면 익숙하던 것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면서 말이다. 원과 선 등 기하학적 형태로 정제해 표현한 추상화라고 둘러대도 될 만한 이 작품은 사실 '갤럭시노트2'의 포장재를 촬영한 것이다. KDK는 건물을 촬영하던 그 시선을 이번에는 포장용 패키지(package)로 옮겼고 연작들의 제목도 그 앞글자를 따 'p'라고 붙였다. 흰색이 주를 이루는 포장재 속에서 미묘한 공간감을 찾아내고 이를 빛과 그림자를 통해 절묘하게 표현했다. 신작 75점을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에서 5월9일까지 볼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