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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2~3년간 일상생활에서 모은 포장지나 포장용기 일부 또는 전체를 찍은 사진 75개를 골라 갤러리 공간 정면에 전시했다.
이들 작품에는 소재의 윤곽이 드러나거나 음영이 표현되는 등의 방법으로 어두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흰색이 위주가 된다. 작가는 "상점에서 먹을거리와 가전제품을 사고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때 나오는 흰색 포장재를 카메라로 찍었다"며 "작품의 색조는 일관성이 있도록 맞췄으나 소재의 형태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설명을 듣고 사진을 들여다보면 일회용 용기의 윤곽이 보이고, 닭고기튀김의 식용유가 종이에 묻은 자국도 눈에 띈다. 평소 눈여겨보지 않던 포장재를 찍은 이들 작품에서 음영을 발견하다 보면 의외로 조그만 공간이 눈에 보인다. 전시장 반대편 벽에는 소재로 삼은 포장재 내용물의 이름이 길게 나열돼 있다. 과자, 휴대전화, 족발, 냉장고, 호박죽, 달력, 달걀, 화장품 등의 이름이 자세하게 쓰여있다. 작가는 "이전에 작품 소재로 찍던 건축물보다는 규모는 작아졌지만, 주인공이 빠져나간 포장재에서도 공간감이 느껴진다는 점에선 비슷하다"고 말했다. 공간에 주목하는 이유로는 "크게 보면 우주도 공간이고, 패키지도 공간이 아니겠느냐"며 "공간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그동안 작품 제목을 해당 이미지와 연관된 알파벳 이니셜로 사용해왔다. 이번 전시 제목은 'p'다. 소재로 사용한 패키지(package)의 첫 글자를 따왔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전시는 5월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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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3/14 07: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