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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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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글씨 폭포’로…‘물고기 목소리’로…예술이 된 ‘정보’
2015-12-30
율리어스 포프의 ‘비트 폴 펄스’
정보가 예술이 됐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 부동산 가격·주식시세·실업률 등 각종 통계 자료가 설치미술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면서 정보사회의 명암을 비판적으로 사고하도록 만든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는 독일 미디어 작가 율리어스 포프(42)가 제작한 ‘비트 폴 펄스’가 전시돼 있다. 대형 컨테이너 골조 4개가 10m 높이로 쌓여 있고, 작가가 고안한 통계 알고리즘 기계인 ‘비트 폴’을 이용해 일정한 시차에 따라 물방울로 만들어진 글씨가 폭포처럼 떨어진다. 물 글씨는 인터넷 뉴스피드 게재 단어 중 노출 빈도수에 따라 중요도를 측정해 선정되는데 한국 매체로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뉴시스, 중앙일보, 한겨레 웹 사이트가 인용된다. 단어들은 한국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아랍어 등 8개 국어로 이뤄져 있다.지난달 선보인 ‘비트 폴 펄스’는 관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역동적인 기계음과 함께 물 글씨가 쏟아질 때마다 작은 탄성이 나온다. 한글 단어가 나타나면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모습도 보인다. 청와대, 민주노총, 대통령, 조계사, 여행, 연말정산 등의 단어가 꾸준히 떠오른다. 아이유, 도도맘, 파리테러, IS집단 등은 한참 등장하다가 지금은 사라졌다. 작가는 개별 단어의 가치보다는 오늘 주요 검색어였던 단어가 내일이면 잊혀지거나 다르게 해석되는 정보사회의 흐름과 변화에 주목한다. 바벨탑처럼 높이 올라간 골조는 거대하고 보이지 않는 디지털 시스템을 상징하면서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필터링에 대한 자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현대인의 태도를 비판한다.작품의 과학적 원리에 대한 궁금증도 많다. 미술관 설명에 따르면, 맨 아래 컨테이너에 특정한 통계 규칙이 프로그래밍된 컴퓨터가 들어있고, 이 컴퓨터에서 추출된 단어가 각 컨테이너 천장에 일직선으로 정렬된 수백개 노즐(분사구)의 밸브 장치와 연결돼 단어 형태가 만들어지도록 노즐을 작동시킨다. 컨테이너 바닥에 고여있던 물은 UV필터를 거친 뒤 펌프를 통해 천장 밸브로 보내져 다시 물 글씨를 만든다. 강한 조명과 건조한 전시장 환경 때문에 증발되는 물은 수시로 채워진다.작가 포프는 독일 라이프치히 시각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뉴욕현대미술관, 빅토리아앤드알버트미술관, ZKM 등 세계 유수 미술관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기념 작품으로 만든 ‘비트 폴’을 통해 정보의 특성에 주목하고 정보와 인간의 상호관계를 성찰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서울에 설치된 ‘비트 폴’이 지금까지 선보인 시리즈 가운데 최대 규모다.
대한항공 후원으로 제작, 설치됐으며 내년 9월4일까지 전시한다. (02)3701-9500
이준의 ‘물고기의 목소리’
비영리 전시공간인 페리지 갤러리(서울 반포대로 KH바텍 사옥)가 마련한 이준 개인전 ‘즉흥환상곡-魚(어)’ 역시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으로, 정보사회의 속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준 작가(43·대구가톨릭대 디지털디자인과 교수)는 포털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웹 공간에서 공공성을 지닌 데이터를 수집해 턴테이블의 움직임, 즉흥적인 음향, 물고기의 운동과 연동시켰다.
‘물고기의 목소리’란 작품은 사각기둥 모양의 어항에 들어있는 금붕어 두 마리가 경향신문, 조선일보 웹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와 페이스북, 카카오톡의 문장 입력에 따라 움직이면서 말 풍선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경찰 ‘불법 폭력시위 혐의’ 충남플랜트 노조 압수수색”(조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단식 3일째 ‘노동개악 막기 위한 몸부림”(경향) 등의 문장이 구식 텔레비전 모니터 위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실업률에 대한 턴테이블 변주곡’은 2005년부터 10년간의 월별 실업률 수치를 턴테이블에 동심원 모양으로 표시하고, 턴테이블이 움직일 때마다 연동된 스피커의 음향과 유리병 속의 물고기가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이밖에 날씨, 주가, 환율, 금리, 서울시내 부동산 가격, 물가 등의 데이터를 작품과 연동시켰다.
이씨는 “현대인은 데이터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세상이 달라보인다”면서 “데이터를 주체적으로 정확히 바라보고 해석해내는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데이터의 입력에 따라 움직이는 금붕어, 데이터와 연동돼 형태와 소리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은 정보사회의 축도인 셈이다. 새로운 융·복합예술을 선보이는 이 작가는 시각디자인과 컴퓨터공학, 음악공학, 문화기술 등을 다양하게 공부했다. 내년 2월5일까지. (070)4675-7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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