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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공룡뼈 맞지요”라는 반응에 이형구(46·사진) 작가의 얼굴에 장난기가 번진다. 저걸 출출할 때 야식으로 먹는 ‘치킨(닭뼈)’이라는 걸 누가 생각이나 할까.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페리지갤러리에서 이형구 개인전 ‘갈루스(Gallus·닭의 학명)’가 열리고 있다. 내놓은 작품은 단 한 점, 닭뼈 설치작품이다. 날개, 다리 등 치킨 한 마리를 해체하면 나오는 뼈의 수는 자그마치 146개. 그걸 하나하나 16배로 확대해 이어 붙였다. 결과는 자연사박물관에 들어온 듯 착각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뼈마다 해부학적 명칭을 붙여 그런 착각을 유도한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어느 날 치킨 집에서 먹고 남은 뼈를 하나하나 관찰한 적이 있다. 크기를 키우면 인간이 일상적으로 가장 자주 접하는 뼈임에도 그걸 모를 거라는 라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우리에겐 1등 야식으로 친숙한 닭이지만 실제 뼈를 과장되게 확대함으로써 낯설게 보게 하는 경험을 준다. 작가의 뼈에 대한 관심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지만 이번에는 레진(합성수지)이 아니라 한지를 재료로 사용했다는 차이가 있다. 알루미늄으로 구조를 짜고 그 위에 한지를 붙였다. 거대한 크기와 한지라는 재료가 주는 가벼움의 물성이 만나 자아내는 효과가 신선하다. 이번 작품은 그의 뼈 작품 중에서 가장 크다.
홍대 조소과를 거쳐 예일대 미술대학원 조소과를 나온 작가는 1999년부터 인체와 생명체에 대한 작업을 해왔다. ‘톰과 제리’ 등 친숙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상상의 뼈로 보여주는 만화캐릭터 작업이 유명하다. 해부학적인 느낌 때문인지 외국의 자연사박물관 등에서도 초청 전시를 갖기도 했다(070-4676-7034).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