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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올해의 작가상’ 후보 백현진 “딴따라 출신과 경쟁할 줄은 몰랐다네요”
2017-10-20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여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7’ 후보에 오른 백현진(45) 작가는 인디밴드 ‘방백’(방준석 & 백현진)으로도 활동 중이다. 영화 ‘경주’(2014)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타이틀곡 ‘사랑’을 불렀던 그 가수다. 비중은 작았지만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후보 4명끼리 좀 친해지니 놀리시는 분도 있었어요. 딴따라 출신과 같이 ‘올작’(올해의 작가상) 후보가 될 줄 몰랐다고요(웃음).”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올해의 작가상 후보들의 전시가 한창인 가운데 갤러리에서 개인전도 갖고 있는 백 작가를 지난 17일 만났다. 개인전 ‘그 근처’가 열리고 있는 서울 서초구 페리지갤러리에서다. 올해의 작가상은 미술계 출세 코스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성공 사다리에 올라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난 2월엔 그가 속한 방백의 음반 ‘너의 손’이 대중음악계 등용문인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고 20년 넘게 병행해온 끝에 두 마리 토끼잡이에 성공했다고 할까. 홍익대 조소과를 나온 그는 1994년 밴드를 만들어 이듬해 첫 공연을 했다. 미술가로서는 96년 첫 단체전에 참여했었다.
“둘 다 하는 게 어렵지 않느냐고요. 아뇨. 저에겐 아주 간단해요. 소리를 필요로 하는 건 음악으로 표현하고, 미술로 할 수 있는 건 미술로 하면 되니까요. 어떤 걸 할지 고민 안 해요. 내부에서 나오는 욕구가 다르거든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작업실에는 전자기타와 물감 묻은 붓이 함께 널브러져 있다. 붓질하면서도 흥얼거리는 게 작곡이 되고, 악기를 만지다가도 그림을 그린다. 이번 개인전은 작업하다 머리를 식힐 때 연남동 일대를 산책한 흔적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뜨악할 수 있겠다. 바닥에 누군가 쓰다버린 마대자루가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고, 벽화 같은 사방 벽의 사진 콜라주가 전부니까. 자세히 가서 보면 ‘땅만 보고 걷는 백수’를 연상시키듯 보도블록 등 도시의 땅바닥을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깨지고, 으깨지고, 온전하지 않는 것들이지요. 계단 모서리 깨진 틈을 시멘트로 대충 덧바른 것 말이에요. 그런 걸 보며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블링블링한 거, 지겹더라고요. 미끈하고 세련된 것들은 도처에 넘치잖아요.”
그의 작업을 명명하자면 ‘백수 미술’이라고나 할까. 구직하고 실직하고 폐업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의 작업이 가건물을 지어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이라고 이름 붙여 구호처럼 선명하게 표현했다면, 여기 개인전은 은유적이다. 그는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는 사회에서 개인들이 겪는 온전하지 못한 삶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기사 원문: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
(2017.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