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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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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조선] 작가와 기획자, 1년 조율 끝에 이렇게 합의 봤다
2019-01-07

김용관·장혜정 팀 프로젝트 ‘두 바퀴 회전’展
맞물려 돌아가는 바퀴처럼 스침과 어긋남 반복하며,
협업한 공동 결과물 내건 전시
2월 10일까지 페리지갤러리

 
전시장에 들어섰는데 작품이 보이기는커녕 칠흑 같이 어둡기만 하다. 거기에 누군가의 목소리도 크게 들리는 것이 전시장이 아니라 연극장에 온 것 같다. 쉬지 않고 들려오는 큰 목소리는 직접 지어낸 이야기를 스스로 나지막이 읊고 있는 김용관의 내레이션이다. 이야기 내용에 맞춰 섬광이 번쩍이듯 조명이 켜지며 한치 앞도 안 보이던 전시장 한구석에 빛이 스며들고 그 암흑 속에서 옅은 조명을 받은 김용관의 작품이 잔상처럼 아른거린다.


<이미지 조각 4> 아이소핑크에 아크릴 채색 2018 /페리지갤러리
 
김용관 작가와 장혜정 기획자가 공동으로 꾸린 팀 프로젝트 전시 <두 바퀴 회전>이 2월 10일까지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와 장 기획자 둘이 1년 넘게 지속해온 대화의 종착지이자 ‘합의물’을 내건 전시다. 페리지갤러리는 매해 40세 미만의 젊은 작가와 기획자를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어 작가와 기획자를 선정, 1:1 매칭한 팀 프로젝트 전시를 진행해왔다.
 
이 둘은 지난 1년간 의견을 주고받으며 흡사 쉬지 않고 맞물려 돌아가는 두 개의 톱니바퀴처럼 다른 점에서 만났다가도 일순 미끄러지듯 스쳐 지나기를 반복했다. 일시적이지만 잠시나마 닿으며 만들어낸 그 교점이 이 둘의 연결고리를 유지시켰다.
 
갤러리는 한발 뒤로 물러나 둘의 사이나 공동 작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과정을 관찰할 뿐이었다. “설사 작가와 기획자가 대판 싸워 사이가 틀어지더라도 그 불편한 관계에서 파생되는 전시 또한 갤러리가 의도한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신승오 페리지갤러리 디렉터가 말했다.
 
실제로 김 작가와 장 기획자는 서로의 견해차로 무산된 아이디어도 제법 있다고. 그 때문에 준비기간 1년 중 반 이상을 이견 조율에 쏟았다. “이번 전시는 두 사람의 다른 점과 차이점을 바탕으로 기획된 셈이죠. 아, 그렇다고 김 작가와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세요.” 장혜정의 말을 김용관이 맞받았다. “제 친구들보다도 더 자주 만났을 정도니까요. 결혼한 뒤로 진짜 친구들도 거의 못 보는 실정인데.(웃음) 장 기획자와 저와의 차이점을 인지하고 접점을 찾는 데 힘썼습니다. 저만의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지평을 넓히게 된 계기가 됐어요.”
 

<이미지 조각 2> 아이소핑크에 아크릴 채색 2018 /페리지갤러리
 
조명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그곳에는 김용관의 작품이 있다. 관객은 그저 의자에 앉아 조명이 비추는 곳을 따라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된다. 연극 관람하듯 감상해야 해 한눈에 쓱 보고 마는 여타 전시와는 조금 다르다. 어둠 속에서 작가의 느릿한 내레이션을 들으며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단 하나의 작품만을 반강제로 보고 있어야 하니 관람객으로서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작가의 신작은 아이소핑크 육면체를 반복적으로 해체하고 조합하며 변형해 만들어졌다. 이 조각물은 3D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질량을 보존한 상태에서 구부리기, 늘리기, 잡아당기기의 방식으로 다시 한번 변형된다. 이는 2014년 직접 쓴 <시계 방향으로의 항해>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작가가 상상해낸 이야기는 나선형을 그리며 시계방향으로 끝없이 순환하는 거대한 크루즈를 배경으로 한다. 그는 글 안에 존재하는 일련의 규칙을 작은 단위의 모듈로 만들고 이를 추상적 이미지로 전환한다.
 

<이미지 조각 5> 아이소핑크에 아크릴 채색 2018 /페리지갤러리
 
김용관은 홍대 판화과 졸업 후, <폐기된 풍경>(메이크샵 아트스페이스, 2015) <표본 공간, 희망에 의한 기관의 변이>(인사미술공간, 2013) <PARALLAX VIEWPORT>(Salon de H, 2010) 등의 개인전에서 회화, 조각 등 다채로운 작업을 발표해왔다.
 
장혜정은 <깜박일수록 선명한>(두산갤러리 뉴욕, 2018) <스노우 스크린>(아카이브 봄, 2017) <뿔의 자리>(인사미술공간, 2016) 등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참여했다. 현재 독립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2019.01.04
(기사 원문: http://art.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