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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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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아트] 움직이듯 멈춰있고 완전한 듯 보여도 알고보니 허상이더라
2020-03-06
■ 스물 한번째 페리지아티스트 개인전
페리지갤러리에서 성낙희 작가의 개인전 <Modulate>이 열리고 있습니다.
성낙희(b. 1974)는 회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인 점, 선, 면을 사용해 화면 안에서 음악적 리듬과 운율을 만들어내거나 때론 유기체적으로 미끄러지듯 자유롭게 유영하는 색의 운동감이나 형태를 보여 온 작가입니다.
성낙희, Sequence 9, 2019, Acrylic on canvas, 65×53 cm
최근에는 큰 색면이 전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지요. 새로운 방식 연구는 2018년 'Transpose' 연작에서 시작했습니다. 조를 옮긴다는 혹은 바꾼다는 의미의 제목(transpose)에서 기존 상황을 바탕으로 한 변주가 아니라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큰 변화를 모색했다는 걸 유추할 수 있습니다.
성낙희, Sequence 1, 2019, Acrylic on canvas, 110×130 cm
이번 전시는 어떨까요. 실험을 이어갑니다. 이전까지 주로 사용하던 붓보다 넓은 붓을 시원스럽게 사용하는 것, 비교적 작은 캔버스를 사용하는 것도 변화를 인지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Sequence' 연작을 보겠습니다.
우선, 차분하고 정적이어서 운동감보다는 공간감이 느껴진다는 인상을 먼저 받습니다.
'Sequence' 연작은 여러 색면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기하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매끄러운 형태로 마치 디지털 픽셀처럼 보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색면은 붓질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요. 작가의 붓질은 직선과 곡선을 결합한 모습입니다. 붓질을 통해 수직과 수평, 사선으로 화면을 분할하면서도 곡선으로 굴절되면서, 무엇인가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것처럼 유동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캔버스의 둘레로 흘러내린 색의 흔적은 수없는 붓질로 감춰진 미묘한 화면구성을 감지할 수 있게 합니다.
조용한 기차에서 창을 통해 지나치는 풍경 같다고나 할까요? 끊임없이 위아래, 좌우로 오르내리며 뒤로 미끄러지는 것 같은 운동감과 공간감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 화면은 무엇인가가 나타나고 작가에 의해 소용돌이치다가, 순간적으로 알 수 없는 외부의 힘에 의해 멈춰진 상태로 카메라에 포착된 정지 장면 같기도 합니다. 이처럼 색면들은 각자의 부분을 차지한 채 이어지고 쌓이면서, 서로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공존합니다.
성낙희, Sequence 5, 2019, Acrylic on canvas, 65×53 cm
"요즘 중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 성낙희
작가의 새로운 경향을 파악하는 중요 단서입니다.
그는 차분히 주변의 물질적, 비물질적인 영향을 응시합니다. 충분히 느릿느릿 움직이며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되어 나가는 결과, 그 자체에 집중합니다. 그의 붓질과 색의 선택은 이전과 달리 무엇인가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차근차근 그 위를 덮어 나가며, 자신의 본능적 감각들을 뒤섞어 이전의 흔적을 지워버립니다. 화면 속 색면은 서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역동적으로 힘을 겨루고 경쟁하는 '부분'들이 아니라, 희미해져 버린 서로의 존재를 환기시킵니다. 부분들이 가진 다양한 성질의 결합을 응축하여 결과적으로 충만하게 채워져 있으면서도 모든 힘이 무(無)로 돌아가 텅 비어있습니다. 공존하며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는가 싶다가 이내 '제로'와 다름 없는 허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전시장 전경
그가 도달하려는 곳은 결국 어디일까요?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존재하는 바깥의 힘(예를 들면 중력과 같은)과 '나'라는 주체가 가지고 있는 내부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제로의 상태, 다시 말해 부분과 전체의 구분이 없어져 모두가 합일되는 완벽한 상황일까요?
전시장 전경
문제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어딘지 잘 알지도 못하는 미지의 목적지라는 점입니다.
성낙희 작가가 완전함, 충만함을 갈망하는 동시에 미완, 불충분을 염려하고 의심하는 내면 심리의 복잡한 '부분'들을 조합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이유입니다.
전시장 전경
■ 성낙희 <Modulate>
기간 : 2020년 3월 5일(목) ~ 5월 9일(토)
장소 : 페리지갤러리(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18 KH바텍 서울사옥 B1)
※월~토 오전 10시30분 - 오후 6시, 일요일과 공휴일 휴관
문의 : 070-4676-7091
사진·자료 ㅣ페리지갤러리
권재현 에디터, 2020. 3. 5.
(기사 원문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651667&memberNo=37451778)
페리지갤러리에서 성낙희 작가의 개인전 <Modulate>이 열리고 있습니다.
성낙희(b. 1974)는 회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인 점, 선, 면을 사용해 화면 안에서 음악적 리듬과 운율을 만들어내거나 때론 유기체적으로 미끄러지듯 자유롭게 유영하는 색의 운동감이나 형태를 보여 온 작가입니다.
성낙희, Sequence 9, 2019, Acrylic on canvas, 65×53 cm
최근에는 큰 색면이 전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지요. 새로운 방식 연구는 2018년 'Transpose' 연작에서 시작했습니다. 조를 옮긴다는 혹은 바꾼다는 의미의 제목(transpose)에서 기존 상황을 바탕으로 한 변주가 아니라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큰 변화를 모색했다는 걸 유추할 수 있습니다.
성낙희, Sequence 1, 2019, Acrylic on canvas, 110×130 cm
이번 전시는 어떨까요. 실험을 이어갑니다. 이전까지 주로 사용하던 붓보다 넓은 붓을 시원스럽게 사용하는 것, 비교적 작은 캔버스를 사용하는 것도 변화를 인지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Sequence' 연작을 보겠습니다.
우선, 차분하고 정적이어서 운동감보다는 공간감이 느껴진다는 인상을 먼저 받습니다.
'Sequence' 연작은 여러 색면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기하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매끄러운 형태로 마치 디지털 픽셀처럼 보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색면은 붓질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요. 작가의 붓질은 직선과 곡선을 결합한 모습입니다. 붓질을 통해 수직과 수평, 사선으로 화면을 분할하면서도 곡선으로 굴절되면서, 무엇인가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것처럼 유동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캔버스의 둘레로 흘러내린 색의 흔적은 수없는 붓질로 감춰진 미묘한 화면구성을 감지할 수 있게 합니다.
조용한 기차에서 창을 통해 지나치는 풍경 같다고나 할까요? 끊임없이 위아래, 좌우로 오르내리며 뒤로 미끄러지는 것 같은 운동감과 공간감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 화면은 무엇인가가 나타나고 작가에 의해 소용돌이치다가, 순간적으로 알 수 없는 외부의 힘에 의해 멈춰진 상태로 카메라에 포착된 정지 장면 같기도 합니다. 이처럼 색면들은 각자의 부분을 차지한 채 이어지고 쌓이면서, 서로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공존합니다.
성낙희, Sequence 5, 2019, Acrylic on canvas, 65×53 cm
"요즘 중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 성낙희
작가의 새로운 경향을 파악하는 중요 단서입니다.
그는 차분히 주변의 물질적, 비물질적인 영향을 응시합니다. 충분히 느릿느릿 움직이며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되어 나가는 결과, 그 자체에 집중합니다. 그의 붓질과 색의 선택은 이전과 달리 무엇인가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차근차근 그 위를 덮어 나가며, 자신의 본능적 감각들을 뒤섞어 이전의 흔적을 지워버립니다. 화면 속 색면은 서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역동적으로 힘을 겨루고 경쟁하는 '부분'들이 아니라, 희미해져 버린 서로의 존재를 환기시킵니다. 부분들이 가진 다양한 성질의 결합을 응축하여 결과적으로 충만하게 채워져 있으면서도 모든 힘이 무(無)로 돌아가 텅 비어있습니다. 공존하며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는가 싶다가 이내 '제로'와 다름 없는 허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전시장 전경
그가 도달하려는 곳은 결국 어디일까요?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존재하는 바깥의 힘(예를 들면 중력과 같은)과 '나'라는 주체가 가지고 있는 내부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제로의 상태, 다시 말해 부분과 전체의 구분이 없어져 모두가 합일되는 완벽한 상황일까요?
전시장 전경
문제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어딘지 잘 알지도 못하는 미지의 목적지라는 점입니다.
성낙희 작가가 완전함, 충만함을 갈망하는 동시에 미완, 불충분을 염려하고 의심하는 내면 심리의 복잡한 '부분'들을 조합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이유입니다.
전시장 전경
■ 성낙희 <Modulate>
기간 : 2020년 3월 5일(목) ~ 5월 9일(토)
장소 : 페리지갤러리(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18 KH바텍 서울사옥 B1)
※월~토 오전 10시30분 - 오후 6시, 일요일과 공휴일 휴관
문의 : 070-4676-7091
사진·자료 ㅣ페리지갤러리
권재현 에디터, 2020. 3. 5.
(기사 원문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651667&memberNo=37451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