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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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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가이드] 《미치지않는 Unreachable》, 페리지갤러리
2019-12-17


2019년 12월 12일(목), 오전 11시, 페리지갤러리 주최, CSR본부 주관, ㈜KH바텍 후원아래, 페리지팀프로젝트 《미치지않는 Unreachable》전의 기자간담회가 페리지갤러리, KH바텍 서울사옥 B1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2020년 2월 8일까지 개최한다.

올해로 3회를 맞는 페리지팀프로젝트는 서로의 정보가 없는 기획자와 작가가 작업과정에서 마주한 예상치 못한 여러 상황과 그에 따른 공통의 목표와 협업 가능범위에 대해 다양한 변주 가능성을 의미화하는 전시로, 하나의 팀을 이루기 위한 진정한 이해와 협업과정이 담겨 있다. 개별적으로 공모된 기획자와 작가는 심사위원이 선별한 후, 현장에서 팀으로 매칭해 1년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치며, 결과물은 ‘책’과 ‘전시’형태로 나타낸다. 팀의 형식과 전시내용은 자율적이며, 참여자인 기획자와 작가는 각자 역할에 제한없이, 역할 공유와 교환이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3인 체제로 하는 첫 사례로, 기획자 천미림과 공동기획자 손현선 작가가 제책가 오민예 작가를 아카이비스트로 섭외하여 일 년여간 함께 진행해 온 프로젝트로부터 출발한다. 이번 전시명인 ‘미치지않는 Unreachable’은 서로 닿으려고 하지만, 단정지어지거나 결정되어지지 않는 세 참여자의 ‘관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획자 천미림은 ‘말해지지 않는 글’, 공동기획자 손현선 작가는 ‘드러나지 않는 면’, 그리고 제책가 오민예 작가는 ‘읽히지 않는 책’을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로부터 확장될 수 있는 다양한 지점들을 탐구한다. 작품은 총 15점이 선보인다.

식순은 페리지갤러리 신승오 디렉터의 페리지팀프로젝트 소개 후, 지하 1층 전시실로 이동해 기획자인 천미림의 전시소개, 공동기획자 손현선 작가와 제책가/아카이비스트 오민예 작가의 전시작품 설명 후, 질의응답을 가졌다.



전시전경

■ 페리지팀프로젝트 2019 《미치지않는 Unreachable》

작가 손현선과 기획자 천미림이 공동기획한 페리지팀프로젝트 2019⟪미치지않는 Unreachable⟫는 결과보다는 대화와 협업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 방식과 그에 따른 하나의 완성된 물리적 형태인 전시의 기록과정을 고민한 프로그램이다. 아카이비스트이자 제책가인 오민예 작가는 전시 구성과정에 대한 1년 동안의 시도들을 텍스트가 아닌 아트북 형태의 책으로 기록한다. 천미림 기획자와 공동기획자인 손현선 작가는 서로의 대화로부터 얻은 영감을 그림과 글로 연출한다. 기획자 천미림의 ‘Self-portrait’와 손현선 작가의 ‘마주한 면’은 오민예 작가의 ‘읽히지 않는 책’과 손현선 작가의 ‘드러나지 않은 면’을 사이에 두고 전시장의 양쪽 벽면에 ‘마주보며’ 전시되어 있다.

페리지팀프로젝트⟪미치지않는 Unreachable⟫에게 책은 “전시와 상당히 조응되는 오브제”로서, “표상할 수 있는 전시의 가장 적절한 은유이자 동시에 예술 내에서 각자의 역할과 그 복잡한 관계성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전시장에 진열된 이미지나 텍스트가 없는 백지상태에 가까운 6권의 책은 “본질적 기능이 삭제된 책들을 통해 읽는다는 행위가 무엇인지” 반문한다. 천미림 기획자, 공동기획자인 손현선 작가, 그리고 제책가 오민예 작가가 1주일에 한 번씩 1년 동안 웹이 아닌 물리적 형태의 우편을 통해 ‘엽서’나 ‘편지’로 공유된 메모, 사진 스케치, 모형 등으로 관심과 작업과정, 아이디어를 통해 형성된 복잡한 관계를 다양한 물성으로 담아낸다. 이와 관련해, 천미림 기획자는 책과 전시의 사고 과정 자체가 “예술을 기록하는 것인 동시에, 예술이고, 물리적 형태”라고 언급하며, 책이라는 오브제의 의미화는 “책을 만드는 많은 사람과의 적극적 소통을 위한 것”이며 “전시를 만드는 과정 또는 그에 따른 생각들의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오민예, 「벽에 새긴」, 종이와 옻지, 18×16×4.5cm, 2019


오민예, 「벽에 새긴」, 종이와 옻지, 18×16×4.5cm, 2019

좌대의 진열된 ‘마지막 책’이자 ‘유일하게 만져볼 수 있는 책’ 인 ‘벽에새긴’

▶제책가/아카이비스트 오민예 작가의 ‘읽히지 않는 책’

페리지팀프로젝트를 ‘매듭지을 수 있는 마지막 책’이자 ‘유일하게 만져볼 수 있는 책’인 ‘벽에 새긴’는 제책가인 오민예 작가가 1년동안 이미지와 텍스트 관계를 고민하는 천미림 기획자와 손현선 작가의 편지를 취합하고, 관찰하고, 소통하면서, 서로에게 생겼던 ‘미치지 않는’ 지점들을 ‘명확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지만, 그럴 수 없는’, ‘서로에게 등을 지고 있는’ 상태로 기록한 책이다. 이에 오민예 작가는 편지나 엽서의 내용이 손현선 작가의 이미지나 천미림 기획자의 글 뿐 아니라 물성 자체를 다루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손현선 작가의 ‘보이지 않는 면’과 천미림 작가의 ‘말할 수 없는 글’을 보완하는 ‘읽히지 않는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벽에 새긴’의 제작과정은 ‘하나의 주제를 향한 것이 아닌 과정’을 담는데 집중하였으며, 천미림 작가의 책에서 선별한 15개의 문장과 그에 호응하는 손현선 작가의 15개의 삽화를 서로 역순(1~15 15~1)으로 배열하여, 두 개의 책등을 맞대어 접붙힌 형태로, 같은 문장이 양쪽에서 읽힐 수 있게 되어 있다. 종이 양면에는 삽화와 활판을 이용해 만든 점자는 메타프레스기법으로 오목하게 도드라져 있어 질감이나 조명에 의지한 명암 등을 통해 물리적 형태로서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도 집중하여 읽히게 된다. 특히, 신체구조를 고려한 높은 좌대가 위치되어 있는 것과 눈과 손사이에 설치된 유리는 다른 감각을 살필 수 있게 했다.

‘시간’이 기록된 나머지 다섯권의 책인 ‘남겨진’, ‘창문에’, ‘새까만 밤에’, ‘비추는’, ‘그을린’은 필름지, 먹지, 버려진 헌책 겉표지 등과 같은, 일반적으로 책에 사용되지 않는 물성들을 이용해 새로운 감각을 제안한 책이다. 우편을 통해 받은 손현선 작가의 유리창에 대한 이미지는 UV인쇄 된 필름지로 김이 서린 창문의 글자 흔적과 과정을 표현했고, 새까만 밤에 대한 글은 먹지로 만든 책으로 제작·표현했다.


천미림 발신, 오민예 수신, 「죽음을 기록하는 방식」,빈 종이에 양면 시그니처, 2019년 8월 21일


손현선 발신, 오민예 수신, 「불이 발하는 순간」, 색종이 위 태운 성냥, 촛농 기름, 촛불 그을림, 2019년 6월 4일

▶우편- ‘거리두기의 장치’,‘물리적 형태의 대화형식’

‘우편’이라는 익숙하지만 낯선 의사전달 과정은 “일종의 거리두기 장치”로서 일주일에 한번 1년 동안 “이미지-텍스트-물리적 실체”사이에 “특정한 공간성”을 확보하고, 그에 따른 사고의 변주과정을 통해 자의적 역할과 실천적 관계에 대한 공준적인 대화 형식으로 매개한다. 천미림 기획자는 우편을 보내는 일주일의 한번은 각자에게 주어진 물리적 대상에 ‘정제된’ 생각을 담는 것과 그것을 ‘전달하는 것’에 많이 고민했다고 말하며, ”범람하는 생각들과 아이디어들 속에서 가장 코어한 날 것“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고 한다. 손현선 작가는 즉흥적인 생각들, 전시와 무관해 보이는 이미지들을 생산했던 우편의 내용이 1년간의 아카이브 전시에서는 떠나보냈던 생각의 ‘본질’에 대한 감정적, 정서적, 이론적 과정을 보여주는 장치적 기능을 하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동시에’, ‘모두’의 편지를 통합하고 관찰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위치’에 있었던 아카이비스트이자 제책가인 오민예 작가에게 우편은 천미림 기획자와 손현선 작가의 작업에 진전이 필요할 때 가이드로서 질문을 보낼 수 있는, 긴장감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편이 ”서로의 세계를 충분히 존중하며 경계를 조금씩 허물고 상대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가장 적절한 전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손현선 作 (좌측부터)

「사선으로 빛을 감싸는 투명하고 단단한 면」, 캔버스에 아크릴릭, 100×80cm, 2019.
「엷게 구겨진 면」, 캔버스에 아크릴릭, 100×70.7cm, 2019.
「얼어서 굳어진 면」, 캔버스에 아크릴릭, 흑연, 석고, 100×100cm, 2019.
「흐르는 면」, 패널에 유토, 100×150cm, 2019.
「서서히 떠오르고 지는 면」,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100×96.2cm, 2019.
「안과 밖이 맞닿은 면」, 벽에 투명 바니쉬, 100×66.7cm, 2019.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면」, 캔버스에 아크릴릭, 100×80cm, 2019.

▶공동기획자 손현선 작가의 ‘드러나지않는 면’

7개의 ‘드러나지 않는 면’은 손현선 작가가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면에 대한 표현 방식을 고민한 과정을 ‘방법론’으로 제시한 작업이다. 재현이나 완성된 이미지를 떠올리기 보다는 책 속 이미지의 사이즈나 크기, 페이지를 넘길 때 마주하는 면들에 대한 고민을 통해 그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드러나지 않는 면’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고 한다. ‘드러나지 않는 면’은 제목에서 직접 지시하지 않지만, ‘본다는’ 경험을 넘어 인간의 다양한 감각에 대한 역할을 유리, 종이, 얼음, 사진, 거울 등의 물리적 속성을 통해 표상과 표상된 것 사이에서 떠올릴 수 있는 “새로운 텍스쳐”를 지닌 면으로 표현한다. 이는 예술에 대한 표상이 제목과 같이 대상의 지시관계와 필연적 관계 아닌 “닮아 있는”, 또는 “하나의 파편”관계로 보여줌으로서 인식에 대한 고민과정을 볼 수 있다. 전시 장에는 ‘사선으로 빛을 감싸는 투명하고 단단한 면’, ‘엷게 구겨진 면’, ‘얼어서 굳어진 면’, ‘흐르는 면’, ‘서서히 떠오르고 지는 면’, ‘안과 밖이 맞닿은 면’,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면’이 있다.

▶천미림 기획자의 ‘말해지지 않는 글’

‘말해지지 않는 글’은 “타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여 쉬이 버려지거나 혹은 구조에 의해 제한되는 것, 적극적으로 다루어지지지 않았던 문장들로 손현선과 오민예의 아이디어와 작품에 대한 개인적이고 은밀한 생각과 느낌”을 다룬다.


천미림, 「Self-portrait」, 종이에 연필, 30.5×45.5cm, 2019


손현선, 「마주한 면」, 캔버스에 아크릴릭, 170×136cm, 2019

전시공간에 마주하여 설치 된 천미림 기획자의 ‘Self-portrait’과 손현선 작가의 ‘마주한 면’

이날 천미림 기획자는 전시 완성에 대한 공통목표아래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보인 이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손현선 작가와 하나의 이해를 만들어가는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됐다”며, “전시를 만드는 것보다 전시를 만들기까지 서로 가까워 지고, 이해하고, 오해하는 전 과정에 중점을 두고 공동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에 제책가이자 아카이비스트인 오민예 작가는 “워크샵 당시, 마주한 거울이 생성한 공간에서 거울로 인해 서로를 보지 못하지만 비슷한 얘기가 오갔던 천미림 기획자와 손현선 작가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과정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는 3명간의 공준적 사고 과정에서 대상의 본질의 부재에 대한 증명을 시도함으로써, “예술의 원형”에 대한 “존재의 당위성”에 자유와 한계를 경험하는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의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생각”들에 창조적이고 독립적인 관계를 제안함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엽서 ‘허망한 손’

두 손에 책이 빠져있는 상태를 표현한 ‘허망한 손’에 빛을 투과시키면 두 손 사이로 뒷면에 적힌 세 명의 참여자의 관계를 정의한 천미림 기획자의 텍스트가 보인다. 왼쪽은 천미림 기획자의 손이고, 오른쪽은 제책가 오민예 작가의 손이라고 한다.


페리지갤러리 신승오 디렉터, 제책가/아카이비스트 오민예 작가, 공동기획자 손현선 작가, 기획자 천미림

“나는 그것이 모둠이자 동시에 개별이길 바랐다. 흩어졌다 모이는 것들, 서로의 빛으로 무딘 면을 밝혀주면서” -기획자 천미림 -

원고: 이수현
사진: 이수현, 페리지갤러리

서울아트가이드 이수현, 2019. 12. 16.
(기사 원문 : http://bitly.kr/glP05GK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