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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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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프리존] 삶의 공간에서 우리의 실체 읽기
2020-06-08
| 반복의 고리를 잘라냈을 때 드러나는 ‘그것’
| 이창훈 작가 페리지갤러리 개인전



[뉴스프리존=편완식미술전문기자] 도시라는 삶의 공간에서 우리의 실체 읽기에 몰두하는 이창훈 작가의 개인전 ‘꼬리’가 오는 5일부터 8월 8일까지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인 ‘꼬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순환이라는 반복의 고리를 잘라내었을 때 비로소 보이지 않았던 시작과 끝이 드러난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반복되는 동일한 리듬의 시공간에서 우리는 그 변화의 흐름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작가의 개입으로 인해 단단한 시간의 흐름에 균열이 생길 때 비로소 그 배열은 가시화된다.



작가는 공간 속에서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대상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느낌과 정취 같은 비물질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여 경험해 나간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그 현실의 공간에 개입하여 그 안에서 잠재되어 있는 무엇인가를 드러내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습기를 포집하는 장치를 만들고 이를 자신이 관심을 갖고 관찰하던 공간에 설치하면서 시작된다.

작가가 선정한 공간은 그가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었던 재개발 예정지로 이미 거주자가 떠난 집, 작가 자신의 어머니가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공간, 그리고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자연의 공간이다. 이러한 세 공간에서 포집 과정을 통해 얻어진 물은 작가가 제작한 수석 형태의 몰드와 수집 용기인 그릇에서 얼려진다.

전시장에서 보여지는 것들은 공간을 담아낸 3채널 영상, 포집된 물로 얼린 얼음을 녹여서 그 물을 다시 용기에 받아내는 설치작업, 냉동고에 진열되어 있는 다양한 형태의 얼음들이다.

작가가 서로 다른 세 장소에서 물을 포집하는 것은 자신에게 체험되는 시간을 고스란히 전시장으로 옮겨오기 위한 행위다. 얼음으로 얼고 녹기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에 사라질 지금 잠시 드러난 ‘꼬리’ 이다.

"삶의 공간은 우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연속적이거나 무한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이 공간은 계속해서 나와는 상관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공간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서 어떻게 분리되고 다시 재생되는지에 대해 온전히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공간을 생산하고 점유하여 장소화 하기보다는 우리가 얼마나 한정된 틀 안에서 존재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어떻게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움직이는 공간을 읽어낼 것인 지에 대한 반성적 태도인 것이다."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의 실체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한다.

서유진 기자, 2020. 6. 3.
(기사 원문 : http://www.newsfreezo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7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