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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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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프리뷰]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0, ‘트랙터’ 전시회 개최
2020-12-10
사물과 사람사이의 ‘트랙터’(견인차) 탐구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0, ‘트랙터’ 전시회(제공=페리지갤러리)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0, ‘트랙터’ 전시회(제공=페리지갤러리)

[더프리뷰=서울] 박상윤 기자 = 페리지갤러리에서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0 <트랙터>전을 오는 12월 11일(금)부터 2021년 2월 6일까지 개최한다. <트랙터>는 윤민화 큐레이터와 최태훈 시각예술가의 2인전으로 페리지 팀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두 사람이 지난 일년 동안 하나의 주제를 함께 설정한 뒤, 윤민화는 텍스트로, 최태훈은 조각으로 주제에 접근했다.

주제는 두 참여자 각자가 이제까지 지속해온 창작의 맥락을 잇는 동시에 교차하는 지점을 발견하고, 여기에 이론적, 조형적, 시의적 타당성을 더하는 과정을 통해 정해질 수 있었다. 이 전시에서 윤민화와 최태훈의 관계는 강과 다리와도 같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두 직선이지만, 직접 만나는 일은 없으며, 필연적으로 상대의 존재가 자신의 특성의 준거가 된다.

지난날 산업 디자인은 인체의 척도와 비례, 표준적 치수, 인체 공학에 근거한 접근을 통해 발전해 왔다. 사물의 모양과 크기는 인체에 근거하여 규격화되었지만, 역으로 인체와 생활 방식 또한 사물의 기능에 맞춰 견인되고 있다. 기능과 효율성을 목적으로 디자인된 사물은 사람의 인체 치수와 비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기성품을 수동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몸 또한 사물의 디자인에 의해 고정된 것이다.

페리지 전시회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0 '트랙터' 전시모습

윤민화와 최태훈은 사물과 사람 사이에 새로운 힘과 방향을 끌어내는 트랙터(tractor, 견인차)를 상정하고 이 보이지 않는 힘과 방향이 인간에 의해 사물이 예속되지 않는 상태를 가정하며, 인간의 몸 역시 사물의 기능에 종속되지 않는 상황을 창안한다.

두 작가는 사물의 범주를 대변하는 대상으로 의자를 설정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의자를 낯설게 느낀 사람들을 상정했다. 이들은 사물로부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아니, 단순한 불편함과는 다르게, 말로는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든 어떤 감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다.

본래 의자는 사람이 중력에 의지해 골반과 다리를 접어 앉았을 때, 제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전시장에 펼쳐져 있는 얼굴 없는 6점의 인체 조각과 6개의 의자 사이에는 다른 장력이 작용하고 있다. 제목이 시사하는 견인기로서의 ‘트랙터’의 조건이 개입되며, 마치 중력과는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 힘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알레르기나 틱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반응하는 운동성에 가깝다.

결국, 힘과 사물과 사람의 기묘한 상응은 ‘사물’의 근원적 기능에 대한 성찰과 ‘몸’에 대한 낯선 감각을 동시에 촉발한다. ‘트랙터’라는 상상 속의 기계를 이러한 복합적인 층위들을 창출하는 견인 장치로 삼아, 윤민화는 인간을 본래 서 있던 중심 자리에서부터 미끄러뜨릴 때 사물에게서 일어나는 미적 효과와 능력에 관한 텍스트 작업을, 최태훈은 사용자라는 역할을 버리고 사물과 이상한 방식으로 결합하여 오히려 그것과 유리되는 여섯 개의 사물-몸을 조각으로 제작한다.

최태훈, '반응↔역반응'(제공=페리지갤러리)
최태훈, '반응↔역반응'(제공=페리지갤러리)

윤민화(1985- )는 학부에서 불문학과 미술사학을, 예술학 석사과정에서 논문 「인류세에 대한 비판적 고찰-크리티컬 아트 앙상블 작품을 중심으로」를 썼다. 여러 전시회를 기획했으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현재 독립큐레이터로서 <어스바운드>(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0)과 <파노라마 오브젝트>(d/p, 서울, 2020)를 기획했다.

최태훈(1982- )은 기성품이 조각이 되는 여러 가능성들을 탐구한다. 제품의 기능 혹은 디자인이 품고 있는 당대의 사회적 함의와 미술사에서의 사물의 맥락을 뒤섞거나 양자 모두를 우회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다. 세 번의 개인전 - <자소상>(탈영역 우정국, 서울, 2020), <남한 앙상블>(세마 창고, 서울, 2019), <형태는 형태를 따른다>(스튜디오 148, 서울, 2018) - 을 발표했다.


박상윤 기자 2020.12.9
(기사 원문 http://www.thepreview.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