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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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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과자 봉지·치킨 포장이 멋진 형상으로 탄생… 사진작가 김도균 페리지갤러리서 개인전
2015-12-17
과자 봉지·치킨 포장이 멋진 형상으로 탄생… 사진작가 김도균 페리지갤러리서 개인전 기사의 사진
작품 앞에 포즈를 취한 작가 KDK(본명 김도균).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각종 패키지의 부분을 찍어 공간을 창출하는 그는 “카메라의 시각으로 보면 사물들에서 우주적 공간감까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저 모노톤의 형상을 보고 누가 과자 곽이나 핸드폰 혹은 화장품 케이스를 떠올릴 수 있을까. 출출할 때 야식으로 시켜먹은 치킨 포장, 호박죽을 담은 둥근 스티로폼 그릇의 잔흔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1회용 시대, 한번 쓰고 쉬이 버려지는 제품 포장재가 멋진 조형미를 가진 형상으로 태어났다.

사진작가 KDK(김도균)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은 늘 봐왔던 물건을 새롭게 보게 한다는 점에서 전작들에서 보여준 ‘낯설게 하기’의 연장이다. 그는 전작에서 검은 커튼의 아주 작은 구멍, 철판의 미세한 틈 등을 확대해 찍는 방법으로 우주적 풍경을 만들어낸 바 있다. 별이 점점이 박힌 우주의 광경에서 누가 흔한 커튼 자락을 연상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 그의 카메라는 제품 포장재의 한 쪽 모서리, 작은 홈 등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 포장재는 모두가 흰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카메라가 만들어낸 음영은 본래 사물이었던 기억을 떨쳐내기라도 하듯 전혀 낯선 형상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다시 흥미로운 전시방식을 통해 그 예술품이 사물이었다는 기억을 불러낸다. 신작 75점은 두 가지 크기인데, 그걸 격자를 이루며 가지런히 배열해 전체가 한 개의 거대한 작품 같은 느낌을 준다. 맞은 편 벽에는 글씨가 빼곡한 흰 종이가 달랑 하나 걸려 있다. 작품들의 원래 포장재가 뭐였는지를 알려주는 정보가 시(詩)처럼 배열되어 있는 것이다. ‘해태 홈런볼 초코’ ‘한 알 한 알 정성을 담은 딸기 한판’ ‘은마상가 소문난 집 명품 호박죽’ 등등. 표시된 정보를 가지고, 포장재 어느 부분을 찍은 건지 유추하는 재미가 마치 게임하는 듯 하다.

전시는 서울 서초구의 ㈜KH바텍이 운영하는 페리지갤러리에서 5월 9일까지 열린다. KH바텍은 핸드폰에 사용되는 내외장 틀 제조사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회사 제품을 낯설게 하는 방식으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를 로비에 내놓았다. 중역회의에 온 임원들이 자사 제품 사진임을 뒤늦게 발견하고 감탄했다는 후문이다(070-4676-7034).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