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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진과 조각 사이서… 내멋대로 만들고 즐긴다
2015-12-30
실제 크기로 찍은 평면사진을 입체화한다. 방법은 스티로폼으로 입체를 만들어 사진 이미지를 표면에 붙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인체를 실제 크기로 찍은 사진을 스티로폼 인체 모형에 에 잘라붙여 인체 형상을 만든다. 사진 이미지로 만든 조각이라 할 수 있다. 요즘엔 찍은 사진을 사용치 않고 잡지에서 오려낸 이미지를 철사로 세워 입체화한 후 이를 다시 사진으로 찍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사진과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진 조각가’ 권오상(40)의 작업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실재 사물과 사진 이미지로 만들어진 조각작품들 속에 들어앉은 권오상 작가. 그는 우리가 이미지로 구축된 세상에 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벼운 작품을 만들려고 ‘사진 조각’을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몸을 덜 쓰고 일을 많이 안 하는 방식으로 작업할까 고민하다 보니 작업에 변화가 왔습니다.”

작가가 게으름을 피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루할 정도로 섬세한 작업과정이 요구된다. 겉으로는 한가롭게 물 위를 떠도는 백조 모습이지만 물 아래 물갈퀴는 바쁜 모양새라 할 수 있다. 도자기와 하키스틱, 부엉이 등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물이 한데 뭉쳐져 새로운 구조적 덩어리를 만들어 낸 작품도 있다. 일부는 실재 오브제다. 사진조각과 혼재돼 경계와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질적인 것의 만남으로 새로운 창조적 생명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을 차용해 전시장에 조각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우주와 삼라만상의 구현이다. 샹들리에처럼 우주의 궤도를 연상하게 하는 프레임에 매달린 조각들은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사람의 모습이기도 하고, 우주 자체를 상징하는 듯한 덩어리이기도 하다.

“칼더의 모빌이 덩어리 사이의 균형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흔들리게 한 작업이라면 내 작업은 움직임이 거의 없는 아기의 모빌을 토대로 만든 것으로 공중에서 떠다니는 상황을 표현한 것입니다.”

작가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이미지를 이용하거나 자신의 작품 속 이미지를 가져와 구조물을 만들기도 한다.

“사진 이미지가 붙여진 알루미늄판을 맞대어 만든 조형물입니다. 칼더의 ‘스테빌’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사진 이미지가 붙여진 알루미늄판을 맞대어 만든 조형물. 이미지 구축이 ‘하나의 개체’로 등장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평면 구조물을 연결하며 이미지의 구조적 조형성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평면 이미지를 구조적 조형으로 구체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를 합성하거나 조작하거나 온라인을 통해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사실적인 사물’들로 가득한 세상이지요. 내 작업은 구축된 이미지들에 대한 메타적 성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진실된 세계’는 뭘까. 이미지를 끊임없이 구조화해 보여주는 것에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지를 생산하는 능력보다 그것을 편집하고 재생산 해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이 같은 ‘거대담론’보다 그저 이미지 놀이에 빠져들고 싶어한다. 유희적 본능을 숨기지 않는다. 작가에서 우선되는 것은 직관적 본능이기 때문이다. 해석은 그 이후의 문제다.

“이미지를 불러내 자유자재로 즐겁게 노니는 것이 내 작업입니다. 이미지 놀이 조각이라 할 수 있지요.”

그의 개인전이 11월8일까지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린다. ㈜KH바텍이 운영하는 비영리 전시공간인 페리지갤러리가 40대 중견작가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전시다. 김기라 작가가 이미 전시를 가졌고 이번 전시에 이어서 홍경택 작가의 전시가 펼쳐진다. (070)4676-7034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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