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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골프장을 통해 본 현대인의 욕망
2015-12-17
홍경택 '서재-골프장'
대형 캔버스에 알록달록한 연필을 빼곡히 그린 작품으로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국내 작가 중 최고가 판매기록(9억7000만원)을 세운 홍경택 작가(46)가 이번에는 현대인들의 욕망이 집약된 골프장에 주목했다.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리는 홍경택 개인전 '그린 그린 그래스(Green Green Grass)'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타이틀을 지난 1966년 톰 존스가 불러 인기를 모은 '그린 그린 그래스 오브 홈(Green Green Grass of Home)'에서 따왔다. 몇 해 전 골프장 그림을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고 우리 사회에서 골프장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다 문득 이 노래를 떠올렸다고 한다.

"골프장은 그저 아름답기만 한 풍경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골프는 비싼 스포츠이고 골프장은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공간이다. 인간에 의해 자연은 어느샌가 변질되고, 파헤쳐지고,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혹은 무엇인가를 이루고 소비하기 위한 욕망의 대상으로 변해버렸다.


"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에 함께 나온 '반추(反芻)'라는 제목의 그림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골프채를 패턴화된 꽃으로 그린 이 작품은 작가가 골프장 그림을 그리게 된 까닭을 에둘러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제목으로 택한 '반추'란 어떤 일을 되풀이해 음미하거나 생각한다는 뜻 아닌가. 그의 대표작인 연필 그림을 골프채로 대체한 이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반짝이는 골프채 헤드에 작가의 얼굴이 숨어 있다. 이전 작업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작가의 존재는 작가가 스스로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겠다는 의도 아닐까.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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