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79
[연합뉴스] 한 공간에 놓인 오브제의 관계는?…잭슨홍 '오토파일럿'展
2016-09-19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갤러리 바닥에 널린 색색의 조형물은 어떤 제품의 부속물 같다. 가구 일부분 같기도 하고 장난감 조각 같기도 한 각각의 오브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떠한 개연성도 찾을 수 없다.

서울 서초구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리는 잭슨홍(본명 홍승표·45) 작가의 '오토파일럿'(Autopilot) 개인전에선 이러한 모호한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이 조형물은 다 합쳐 하나의 작품이 되는지, 아니면 각각이 하나의 작품인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본체에서 분리해놓은 것인지 아니면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작가가 의도한 것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관객들에게 아무런 맥락 없는 모호한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스스로 정한 틀에 갇혀 작품을 바라보지 않도록 한 것이다.

잭슨홍의 '오토파일럿' 전시 전경 [페리지갤러리 제공]
잭슨홍의 '오토파일럿' 전시 전경 [페리지갤러리 제공]

항공기나 로켓 등 비행체의 자동조종장치를 뜻하는 전시 제목 '오토파일럿'은 작가의 전시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작가는 이 스마트 기술에 빗대어 '고정된 값에 의해 움직이는 무신경하고 공허한 시스템 체계는 오히려 스마트하지 않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갤러리 한 관계자는 "자동조종장치가 있는 비행체에 탄 사람은 이동이라는 원래 목적과 다른 것들을 할 수 있는데 작가는 마치 이런 비행체에 탑승한 것처럼 자신이 관습적으로 작업하던 것을 깨닫고 이를 깨뜨리려 했다"고 14일 설명했다.
이 부분은 작가의 이전 작품과의 차이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 작품에선 나름의 문법이나 스토리, 메시지가 발견됐다면 이번 전시에선 형태만으로는 구체적인 실체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익숙해진 기술이나 도구, 공간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사유할 것을 요구한다.
갤러리 관계자는 "틀에 박힌 시스템 속에 작동된 움직임이 얼마나 허무하고 무의미한지를 설치 작업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11월 12일까지. 문의 ☎ 070-4676-7091

잭슨홍의 '오토파일럿' 전시 전경 [페리지갤러리 제공]
잭슨홍의 '오토파일럿' 전시 전경 [페리지갤러리 제공]


luc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9/14 12: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