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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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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조선] 정연두의 어느 지점에서도 교차하지 않는 여러 이야기
2019-04-17

일본 도쿄 배경으로 한 영상 작품 선봬… ‘지금, 여기’ 展


정연두(50)는 영상과 사진을 주요 매체로 삼아 현실과 비현실, 혹은 이상과 현실을 대비시키거나 이질적인 문화적 상황을 다층적으로 다뤄왔다. 최근에는 다른 나라의 인물을 소재로 어느 지점에서도 교차하지 않을 것 같은 여러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에 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 Classic and New > 3 channel videos 43min42sec 2018 /페리지갤러리

정연두가 지난해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작업한 영상 작품 <고전과 신작>을 페리지갤러리에 걸었다. 과거 이 지역에서 겪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경험과 그로 인한 죽음에 관한 유년의 기억을 가진 노인, 노인과 동일한 지역에서 현재를 사는 초등학교 학생들, 그리고 일본의 전통 이야기 예술 장르인 라쿠고(落語) 명인이 등장한다. 작가가 이들에게 어떤 요청을 혹은 질문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들이 들려주는 것은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 자신들의 할아버지를 그림과 말로 설명하는 이야기로, 여기에 작가가 새롭게 내용을 만든 라쿠고 명인의 공연을 더 했다. 내용은 작가가 미리 잡아놓은 방향에 맞춰 흘러가는 것과 등장인물이 자유롭게 풀어놓는 것이 서로 교차하며 진행된다. 정연두는 작품의 내용에 있어 자율성을 부추기는 구성을 만드는 역할에 집중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온전히 작가 개인의 작업이면서도 구성원 모두의 작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작가는 자막을 최대한 정확한 번역을 거쳐 사용하려 하는데, 여기서 고려하는 것은 단순한 다른 언어를 나에게 익숙한 언어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가시적인 언어 너머에 있을 미묘한 뉘앙스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넓은 의미의 번역을 가능하게 하는 것. 따라서 완벽한 텍스트적 번역 이외에 그가 선택한 우회로는 언어의 기본적인 번역을 바탕으로 그들의 미묘한 움직임, 언어가 가진 억양과 운율, 얼굴의 표정, 전통적인 분위기, 그리고 장면들의 리듬과 흐름 등 다양한 요소들을 그대로 영상에 담아냄으로써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러한 방식은 지식적인 내용을 만들어 내는 것과 동시에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 관객이 단편적인 해석에서 멀어지는 대신 더 넓은 의미 체계 안에서 표류하게끔 유도한다. 5월 11일까지.

아트조선, 2019. 4. 11.
(기사 원문 : http://art.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1/20190411015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