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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1]이미지 뭉개진 '슬기와민' 신작…
2017-03-20
슬기와민 '코스모스, 한국어 3판, 1981,' (페리지갤러리 제공) © News1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이 뭉개진 이미지들이 전시장을 장악했다. 그래픽디자이너 듀오 '슬기와민'이 선보인 신작이다. 서울 서초동 페리지갤러리가 한국 현대미술을 견인하는 40대 작가 전시 시리즈의 열두 번째 전시로 슬기와민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슬기와민은 최성민 서울시립대 교수(46)와, 최슬기 계원디자인예술대 교수(40) 부부로 이뤄진 작가팀이다. 미국 예일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하다 만난 이들은 2001년부터 슬기와민이라는 팀명으로 전시 이 외에도 출판, 기획, 비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에서 슬기와민은 '어떠한 내용도 메시지도 없는' 내용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른바 '기만하는 전시'로 명명한 이 전시는 작품을 전시하되 관람객들에게 감각의 만족이나 작가와의 정서적인 소통, 지적 통찰을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오로지 전시 자체의 실현 가능성만을 갖고 덤빈 일종의 '시뮬레이션형' 전시다.

'단명 자료: 포스터, 서울, 2016' 2017 종이에 디지털 프린팅, 59.4×84 cm (페리지갤러리 제공) © News1

'단명 자료: 포스터, 서울, 2007' 2017 종이에 디지털 프린팅, 59.4 × 84 cm (페리지갤러리 제공) © News1
원본 이미지의 시각 요소를 변형시키거나 분리 또는 제거함으로써 작가들은 소통이나 이해가 불가능하게 만든다. 2년여 전까지 활자나 이미지가 뚜렷하게 '각 잡힌' 작업을 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작업이다. 모호하게 변질된 이미지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시킨다. 슬기와민은 작품의 구성원리보다 작가의 의도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들로 전시장을 채웠다.

'단명자료' 연작은 작가들이 최근 진행하고 있는 작업인 '인프라 플랫' 시리즈의 일환이다. 포스터, 엽서 등과 같은 홍보인쇄물을 흐릿하게 뭉갰다. 이미지 과잉,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소통 과잉 등 '깊이없는 세상'을 순식간에 '납작하게'(Flat) 만드는 작업이다.

'코스모스, 한국어 3판, 1981'은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동명의 책을 인프라 플랫 버전으로 변환한 작업으로, 판형, 인쇄, 제본방식, 내용 등이 모든 면에서 원본과 동일하되 책의 지면을 흐리게 변형했다. 원본 도상을 흐뜨러트린 이미지들은 역설적으로 한 폭 추상화 같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페리지갤러리 측은 "일반적인 전시 구조에 익숙한 관객들이 자신들의 전시를 보며 보편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들을 '기만'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5월13일까지 볼 수 있다.

전시전경 (페리지갤러리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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