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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팝아트 대표 화가 2인의 파격 변신… 서재로 들어온 골프장·아토마우스 작가의 추상 도전
2015-12-17
팝아트 대표 화가 2인의 파격 변신… 서재로 들어온 골프장·아토마우스 작가의 추상 도전 기사의 사진
홍경택 ‘서재-골프장’ 2014년작.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페리지갤러리 제공

“서재 속에 골프장이 들어왔네.”(홍경택)


2000년대 중반 미술시장 호황기에 팝아트 시장을 주도했던 스타 작가 두 사람이 신작을 통해 변신을 시도했다. 홍경택(46)과 이동기(47)의 전시를 보면 이렇게 말할 듯하다.

홍경택은 트레이드마크인 알록달록 펜 시리즈 작품이 2007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추정가 10배가 넘는 금액에 낙찰되며 ‘7억원 작가’ 꼬리표가 붙은 화가다. 이동기 역시 ‘국수 먹는 아토마우스’가 2006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2억원 가까운 금액에 팔리며 캐릭터의 인기를 증명했다.

홍경택은 자신의 또 다른 브랜드인 서재에다 새롭게 골프장·산 등의 풍경을 결합시킨 작품을 내놓았다. 그는 5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페리지갤러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골프장은 그냥 풍경이 아니다. 비싼 스포츠로 욕망이 대상이 되어버렸다. 정복하고 싶어 하는 에베레스트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순수한 자연은 없는 것이다.

풍경을 편견, 욕망 같은 문명의 창을 통해 바라보게 된다는 것인데, 그런 방해물을 서재로 치환시킨 것이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그린 그린 그래스(Green Green Grass)’는 그래서 욕망과 집착의 또 다른 이미지다. 펜과 연필, 책 등 다양한 오브제의 패턴을 통해 현대인의 집착적인 욕망을 보여준 전작들과 맥락이 닿아있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이동기의 개인전 제목은 ‘무중력’이다. ‘오늘날의 이미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결과물이다. 그에게 세상은 중력이라는 단일하고 거대한 힘에 구속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뒤섞이고 사라지고 튀어나오는 것이다. TV, 영화, 인터넷 등 매스미디어에 시시각각 노출되며 자신도 모르게 각인되는 이미지들이 그렇다. 화면 속에는 그런 이미지들이 섞여 있다. 백화점 세일 전단지, 로봇, 축구공, 북한 포스터 등의 낯익은 이미지들로 어지럽다. 그야말로 ‘이미지의 아노미’다. 그래서 그런지 그 이미지의 조합들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그는 이를 ‘절충주의 시리즈’라고 이름 붙였다.

이런 그가 전시장의 또 한 켠에 추상작품을 내놓은 건 뜬금없어 보인다. 이것이야말로 전략이란다. 추상은 통상 숭고한 정신성을 드러내는 고급예술로 인식되지만 팝아트를 해온 그가 추상에 도전함으로써 고급과 저급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이는 이미지의 아노미 상태를 더욱 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에서 28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