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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내가 본 장미, 네가 본 장미…사진의 한계가 곧 사진의 매력"
2016-03-14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회화과 출신인 정희승(42·여·사진)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자료사진들을 찍다가 사진 작업에 푹 빠졌다. 그는 사진이 손쉽게 촬영 대상의 외면을 재현하는 매체지만, 내면에 깃든 본질까지 보여주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진이 지닌 이와 같은 한계가 오히려 예술 세계를 다진 발판이 됐다.

정희승은 "회화는 우리 몸이 육체적으로 관여하는 매체지만 사진 작업은 항상 내가 바라보는 대상과 나 사이 카메라가 관여하는 구도"라며 "대상을 '본다'는 것이 사진의 핵심이고, 이 시선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고 했다.

1974년 서울 출생인 정희승은 1996년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이후, 2007년 영국 런던칼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진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아트선재센터 서울, 두산갤러리, PKM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서울시립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에서 단체전을 가졌다.

그는 이번에 서로 다른 장미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화두로 던졌다. 오는 11일 서울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리는 'Rose is a rose is a rose(장미는 장미가 장미인 것) 전'을 통해서다. 거트루드 스타인의 시적 자유가 돋보이는 작품인 'Sacred Emily'(성스러운 에밀리)에서 딴 전시 제목이다. 한국의 현대미술을 견인하는 40대 작가들을 소개하는 '페리지 아티스트' 시리즈의 여덟번째 전시다.


그는 화면에 한 송이 장미를 담은 사진 작품 연작인 '장미는 장미가 장미인 것'과 함께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포착한 '사라짐' 연작 등을 소개했다. '장미는 장미가 장미인 것'은 작가가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서로 다른 날 여러 송이의 다른 장미를 촬영한 작품이다. 장미 사진이 한 장씩 나란히 배치된 이 작품이 전시에 총 7점 선보였다.

그는 "장미가 지닌 상징들, 의미들은 굉장히 많은데 그런 것들을 볼때 먼저 알게 된 상징이나 의미밖에 떠올리지 못한다"며 "나는 오히려 몇 달간 사진을 찍기 위해 구한 많은 장미들, 그 서로 다른 장미들을 구별하는 시선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고 했다. 그 대상의 모든 디테일에 대해 충분히 보게 되었을때 조금은 그 대상을 이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페리지갤러리는 정희승에 대해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이미 경험하고 교육받아 생긴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봤다. 오히려 사물을 순수한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줄어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작업 방식으로 어떤 대상의 다름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무엇이 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오롯이 풀어낸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물의 진짜 의미를 묻기 위해서다. 전시는 오는 5월 7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