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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GEE GALLERY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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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1] 노충현 작가 "동물 없는 동물원…부조리극 같은 무대"
2016-12-09
© News1
동물원 우리로 보이나 안에 있는 동물들은 실제 동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동물원 벽에 그려넣은 동물 모양의 벽화다. 이 공간에 진짜 동물이 있다해도 그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을 '장식'이다. 동물이 없는 동물원은 노충현 작가의 '자리' 시리즈 중 하나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KH바텍의 미술전시 공간 '페리지갤러리'가 40대 작가들의 전시인 '페리지 아티스트'(Perigee Artist) 시리즈의 11번째 전시로 노충현 작가의 개인전을 8일 개최했다.

'자리'라는 주제의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그동안 지속해 온 '자리' 시리즈 신작을 선보인다. '자리' 전은 2006년 대안공간 풀에서 먼저 열었고, 이후 2015년 경기도 퍄주 헤이리 갤러리소소에서 같은 주제로 다시 선보인 바 있다.

노충현 작가의 '자리' 시리즈는 동물원에서 동물원의 '주체'인 동물이 부재한 풍경을 담는 작업이다.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장치나 기구들만 남아있는 공간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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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치나 기구들은 어설픈 나무 기둥들과 밧줄들로 얼기설기 엮어져 있다. 폐타이어로 만든 그네나, 천장에 끈으로 매달려 있는 공처럼, 풍경 속에 안착하지 못한 '임시 조형물'이다.

그림 속 가변적인 장치들을 통해 작가는 우리 사회의 위태로운 구조를 은유한다. 한정된 공간에 자리한 '무대장치'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이같은 '자리' 시리즈는 1990년대 중반 대학 도서관에서 본 프랑스 신구상주의 화가 질 아이요에 관한 책에서 시작됐다.

노 작가는 "당시에는 즐기기만 했던 질 아이요의 작품들이 2005년 쯤 '동물원을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아이디어로 떠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이후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고 무대미술을 공부했었는데, 동물원을 동물들의 무대 공간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자리'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충현 작가. © News1
동물이 없어 더욱 휑하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그의 동물원은 사무엘 베케트의 명작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도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작가는 "'고도를 기다리며' 속 무대장치에 대한 지문은 오로지 '시골길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였다"며 "동물원이라는 '무대장치'를 그와 같은 '부조리극'의 무대처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신작 중에는 동물원 벽화도 여러 점 포함돼 있다. 서울대공원의 동물원 우리 속 벽화를 보고 그린 그림이다. 그는 "동물원에서 가장 희극적인 장치는 '벽화'"라며 "사람을 위한 장치이지 동물들과는 상관이 없는, 아무 쓸모없는 장치 속에 희극과 비극이 함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서울에서 사는 것에 대한 나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라며 웃었다.

작가는 "첫번째 '자리'전에서는 감정적으로 대상을 바라보게 했다면, 이번에는 감상적인 부분을 약화시키고 동물원 구조 장치들을 더 주목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편 노충현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사무소 등이 있으며 2010년~2011년까지 몽인아트센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전시는 2017년 2월11일까지. 문의 (070)4676-7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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